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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참기름=人災? 대상청정원의 이상한 방식

억대 검사기계 사놓고 검사규모 축소? 하청감독도 손질여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2.03 10:24:56

   
   

[프라임경제] 대상 청정원이 야심차게 론칭한 유기농 식품라인 ‘오푸드’가 된서리를 맞았다. 오푸드 참빛고운 참기름에서 발암의심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이다. 이 소식으로 대상은 유기농 식품 시장에서도 업계 수위권을 굳히려는 전략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주가 급락을 겪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암물질 참기름 사태는 이미 여러 언론에 부각된 불가항력적 사태인 측면과 함께, 부주의가 낳은 인재라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식품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착유과정 벤조피렌발생, 단순 실수? 관행 답습?

이번 벤조피렌 발생에 대해 청정원측은 하청업체의 직원 실수로 온도 조절에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발표, ‘일시적’이고 ‘실수에 의한’ 것임을 부각시켰다. 요컨대, 온도 조절을 잘못해 평소보다 고온을 가했고, 이로 인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발생했다는 요지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는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이 남아 있다.

우선 대상 청정원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문제의 2008년 10월 *일 생산분 이후 생산치도 모두 수거조치하는 발빠른 조치에 들어갔다. 자체 검사 등으로 이 생산분 외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대상측 답변이지만, 물의를 빚은 물량 이후 생산분이 추가적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전 생산분에 대해서는 당국의 최소기준은 이미 통과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회수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벤조피렌 발생 온도에 대한 부분. 벤조피렌은 섭씨 300~600도에서 불완전연소하는 경우 발생한다. 이런 발생과정 때문에 벤조피렌은 그간 직화구이 등 센 불에 직접 고기나 생선을 굽는 경우에 발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돼 왔다. 다만, 다른 식품류에서 없는 벤조피렌 검사를 유지(기름)류에서만 실시하는 것은 유지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고열을 가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즉 참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고온을 가할 소지에 대해 이미 규제당국이 가능성을 높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열을 가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자체가 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식품업계 종사자들은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혹은 하청을 주는) 참기름이 벤조피렌이 발생할 정도로 고온을 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참기름을 가장 맛있게 착유할 수 있는 온도는 깨의 표면온도가 약 200도 정도일 때라는 게 중론. 이에 따라 대상 청정원의 경쟁사인 모 사는 260도 정도로 착유 온도를 맞춘다고 답변해 왔다.

요컨대, 벤조피렌이 발생할 정도로 고온을 가할 필요도 없고, 그런 기계를 쓰는 게 생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솥단지 같은 구조물에 깨를 넣고 볶으면서 착유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벤조피렌 발생의 우려가 잔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예전부터 방앗간 등에서 소량 착유하는 구조와 다를 게 없는 방식으로,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깨를 통과시키면서 열을 잠시 가래 착유를 하는 익스펠러 방식으로 바꿔 나가고 있는 추세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번 사고가 단순 실수라고 귀결된다 해도, 애초에 필요 이상 고온 가열을 할 수 있는 생산공정을 가동하는 시스템 속에 사고 가능성이 내포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유기농 재료를 이용, 고품격 참기름을 시장에 선보인다는 대상의 야심은 결국 기초적인 규제의 선을 밟고 아슬아슬하게 운영되는 착유 시스템으로 금이 간 셈이다.

   
   
◆“생산관리 엄격”, 그러나 깨 태우는 것도 체크 못해?

또 대상 청정원의 하청업체 관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대상 청정원측은 이번 벤조피렌 문제에 대해 “본사 생산이 아닌 OEM을 준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평소 생산, 원료구입, 유통, 정기적 검사, 실사 등 모든 감독을 해 왔지만 부득이 일어난 사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엄격한 관리를 한다는 것은 수사(修辭)적 표현일 우려가 높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벤조피렌이 발생할 정도의 온도는 일반적으로 참기름 착유를 하기 적절한 것으로 알려진 온도보다 높은 온도인 동시에,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온도다. 즉 ‘탄화’가 시작되는 온도인 셈이다.

간단히 말하면 깨를 태우면서 기름을 짰다는 셈인데, 이는 복잡한 공정과 검사를 거쳐야 하는 문제이기 이전에, 이미 통상적인 생산공정에서 나온 깻묵보다 잔류물이 탄화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육안으로도 이상징후를 인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하청업체 관리라는 설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고소한 맛을 더한다고 고의로 태우지는 않았을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주의거나 관리 소홀도 귀결되는 대목이다.

◆검사 체제도 구멍, 1억대 검사기계 너무 곱게 모셔 문제

특히 이번 상황에 대해 대상 청정원측은 “사고분이 생산된 10월 전까지는 생산분 로트(Lot)를 모두 검사하는 방식을 썼으나, 10월부터는 생산분 중 일부 검사로 전환했으며, 이러다 보니 문제 있는 물량이 시장에 출시됐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는 관리를 엄격히 했고, 일시적인 사고일 뿐이라는 데 초점을 둔 해석으로 읽히지만, 이러한 해명은 다른 문제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상 청정원측이 검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공개한 첨단기계 도입을 통한 자체 검사 진행 문제.

대상 청정원측은 “여러 차례 수원여자대학 부설 연구소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외에도, 1억원대의 고가 기계를 도입해 자체 검사를 실시해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고가 장비를 들여 놓고도 위와 같은 검사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기계로 9월까지는 (문제 참기름 종목) 전생산분에 대한 샘플 검사를 해 왔지만, 다만 10월부터는 생산로트 중 일부 로트만 검사로 바뀌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비싼 기계를 들여다 놓고도 전공정에 대한 (전수 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산분에 대한 샘플검사를 전부 진행하는 대신 한 달에 한 로트 정도만 검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결국 회수된 6,000여 병의 참기름(지난 10월 이후 출시분을 전부 포함)에 대해 검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고가 장비를 놀게 하는 이런 운영 방식과 마인드가 고쳐지지 않는 한 문제가 청정원 내 다른 종목에서 재발할 요지는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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