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폐막일에 주요 회원국 정상들과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 확대에 나섰다.
이날 회담은 캐나다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호주 그리고 일본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실행과 신뢰'를 키워드로 내세워 공급망, 청정에너지,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 '한·캐나다 안보·국방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전략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양 정상은 방산·에너지·핵심광물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연쇄 회담의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30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오후에 열린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뉴질랜드의 헌신을 잊지 않는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협의 채널 신설 △청정에너지 공동 연구 △청년 워킹홀리데이 쿼터 확대 등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한국은 뉴질랜드의 5위 교역 상대국이자 유학생 4위 파트너"라며 "FTA 체결 이후 교역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자"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청년세대의 교류와 에너지 협력은 양국 미래 관계의 핵심 축"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청정 산업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자"라고 화답했다.
이어 열린 한·태국 회담에서는 디지털 산업과 의료·보건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태국은 기술혁신과 보건의료 분야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라며 "첨단 산업뿐 아니라 인적 교류도 확대해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한류 문화와 의료 기술의 경쟁력은 태국 국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라며 "양국이 보건, 관광, 콘텐츠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길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양 정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견국 간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태국 정부는 한국의 보건·헬스케어 기업 진출을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양국은 내년 공동 실무단을 구성해 세부 협력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후 4시20분 진행된 한·베트남 정상회담은 경제·산업 협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은 연 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역동적인 국가로, 한국의 최대 투자 파트너 중 하나"라며 "양국이 격이 다른 협력 관계로 도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한국의 APEC 성공 개최를 축하한다"라며 "산업, 문화, 안보 전반에 걸쳐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30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양국 정상은 반도체·디지털·에너지 산업 협력 강화를 포함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동 대응에도 뜻을 모았다. 또한 베트남 내 한국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과 노동자 교류 확대, 한류 콘텐츠 진출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한·호주 정상회담에서는 청정에너지와 핵심광물 협력이 중점 의제로 다뤄졌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포항 포스코 제철소를 방문했다"라며 "호주는 리튬·니켈·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통해 한국과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공통 가치 위에서 협력하고 있다"라며 "그린철강과 청정에너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자"라고 제안했다.
양 정상은 호주산 광물과 한국의 정제·소재 기술을 결합해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로 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안보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협력과 셔틀외교 복원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많은 이웃"이라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국내외 과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은 일본의 중요한 이웃이며,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관계를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답했다.
양 정상은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해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여섯 차례 양자회담을 마치며 "복잡한 국제 환경일수록 실질 협력과 신뢰가 중요하다"라며 "대한민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책임 있는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자 협력의 틀을 구체화해 인도·태평양 전략 협력의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라며 "AI, 에너지, 방산 등 실질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한 만큼 향후 정상회의에서도 신뢰 기반의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셔틀외교 복원과 다층 협의 채널 가동이 핵심 의제였다"라며 "한일 정상 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