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 등으로 국내 배터리업계의 위기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는 비장의 무기가 절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이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전기차의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국내 배터리업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또 현재 무엇이 시급할까.
◆기존 배터리 대비 '막강한 위력'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무게 △부피 등 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막강한 위력을 지닐 전망이다.
안전성도 대폭 향상해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전기차 화재를 막을 획기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5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 = 조택영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이 중에서는 삼성SDI(006400)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 파일럿 라인인 'S라인'에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성능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최근 대전 미래기술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역시 2030년을 목표로 충북 오창공장에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건설 중이다.
◆"정부의 인허가·연구개발 자금 지원 시급"
글로벌 경쟁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토요타는 2027년, 파나소닉은 2028년을 목표로 잡은 상태다. 중국 CATL과 BYD은 각각 2027년 시험생산, 2030년 양산이 목표다.
관건은 양산 체제를 빠르게 갖추는 것이다. 즉 '속도 싸움'이다. 양산 후에도 5~7년 이상은 돼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 후 양산이 됐다 하더라도 가격이 워낙 높아 원천 기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초창기에는 하이브리드 개념으로 LFP나 삼원계 배터리에 전고체를 일부 섞어서 사용하는 형태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 기간 단축 및 상용화를 먼저 하는 것이 주도권 확보의 핵심일 것이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전기차 충전소 모습.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지원이다. 일본은 기술과 소재 측면에서 앞서있는 데다, 정부가 18조원 규모의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 중 1조5000억원 가량을 향후 10년간 전고체 연구개발·파일럿 양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 연구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은 막대한 지원과 자본금을 통해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하면 개발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중국과 달리 정부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인허가·연구개발 자금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용화 등에 걸림돌이 될 만한 각종 규제를 우리 정부가 기업이 일하기 좋게 선도적으로 풀어주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개발 자금 지원 등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