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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 선 K-배터리 ②] 중국의 'LFP 독주' 어떻게 막나

'자부심'에 시기 놓친 한국…"기업 간 협력·새 배터리 개발 중요"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5.10.22 17:39:52
[프라임경제] "현재 삼원계 배터리에 몰두하고 있고,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다. 종종 보이는 '개발이 느리다', '뒤처지고 있다' 등의 지적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과거 국내 배터리업체 핵심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업계가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이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CATL LFP 배터리.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내 업체들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자부심'이 '독'이 된 양상이기 때문이다.

◆'단점투성이'→'인기 배터리'로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는 낮은 에너지밀도에 따라 주행거리가 짧고, 무거운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적극적인 연구개발(R&D)로 단점을 보완해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LFP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0%였으나, 오는 2030년엔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LFP 시장은 중국산 배터리가 80% 이상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는 형국이다. CATL과 BYD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NCM9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소비자의 니즈도 변화했다. 주행거리보단 안전에 집중하게 됐다. '배터리 포비아(공포증)'로까지 번진 잇단 전기차 화재와 국정자원 화재 등 때문이다. LFP 배터리가 삼원계보다 화재 위험성이 낮아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LFP 배터리 개발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R&D 노력이 이어지면서 실제 20%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며 "또 삼원계 배터리 쪽에서 화재가 많이 나면서 위험성이 부각됐고, 충전소가 넉넉해져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그렇게 길지 않아도 괜찮다는 등의 조건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장악한 LFP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LFP 배터리는 국내 제조 제품과 원가가 약 40%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채택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 따라가기 쉽지 않아"

삼원계에 유독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업계가 고배를 마신 상황이다. 외신의 "전략 실패"라는 지적까지 들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국내 3사도 부랴부랴 전기차용 LFP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026년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르노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GM(제너럴 모터스)과의 협업을 통해 LFP 계열의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도 양산에 돌입,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3사. ⓒ 각사·연합뉴스


삼성SDI(006400) 역시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2027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SK온은 우선 ESS용 시장을 진입을 위한 생산라인 전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을 따라가기 쉽지 않기에 국내 기업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국산이 다소 가격이 비싸다 하더라도 현대차·기아가 국내 배터리사들과 지속적인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의 물량을 확보해 주는 이런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현재 독과점식의 전기차 시장 장악을 견제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정책에 따라 한국 배터리가 선택될 수 있는 상황이지, 가격 경쟁력으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배터리 개발에도 더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LFP 배터리는 워낙 중국의 장악력이 크기에 뉴 타입의 배터리를 앞장서서 개발해야 한다"며 "또 개발한 뒤에나 완성차 업체에 소개하기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같이 진행한다면 훨씬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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