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사모펀드(PEF)가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와 연대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는 한편, 공개매수·주주제안 등 공격적 전략으로 경영진과의 표 대결도 불사한다.
사모펀드는 기업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이익 추구와 고용 불안, 산업 영향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 한앤코 체제로...법정 공방은 여전
남양유업 사태는 '사모펀드 vs 오너 일가' 갈등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2021년 남양유업 창업주 일가가 오너 리스크를 이유로 경영권을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매도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한앤코는 매매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항소 의사를 밝히며 분쟁은 장기화됐다.
남양유업은 과거 오너 일가와 사모펀드(한앤컴퍼니) 간의 매각·소송 공방을 거쳐 현재 '사모펀드 중심 체제'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다. 다만, 법적 다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영권 이전 후 남양유업은 기업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94% 하락했지만,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으며 순이익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이익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수익성 체질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영풍·MBK vs 고려아연, 내년 주총 분수령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오다 지난해 9월 영풍이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2024년 9월, 영풍은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TOB)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을 내세웠다.
영풍·MBK 연합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 확보에 나섰고,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도 약 3조7000억원을 동원하며 맞불을 놨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순환출자 고리를 활용해 영풍 측의 의결권 일부를 제한했고, 영풍·MBK 연합은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과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했다.
결국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으나, 영풍·MBK 연합은 2026년 주총을 겨냥해 재공세를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 형제 vs 모녀·라데팡스
한미약품은 최근 제약업계의 '경영권 리스크'로 주목받았다.
임성기 회장 사후, 당시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모친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외부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새 변수로 부상했다.
라데팡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 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지만, 오너 일가의 내부 대립이 심화하면서 1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한미약품 그룹은 약 1년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을 지난 2월 공식적으로 종결지었다. 모녀 측(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과 형제 측(임종윤·임종훈) 간 갈등에, 사모펀드 라데팡스가 개입하면서 분쟁은 복잡한 양상을 띠었지만 마침내 4자 연합(모녀 + 신동국 회장 + 라데팡스)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며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한미 사례는 단순 가족 다툼이 아니라, 사모펀드가 오너 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본다.
◆"사모펀드, 경영권 분쟁 개입 더 늘어날 것"
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 분쟁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저평가된 비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올린 뒤 되파는 사모펀드의 기존 수익화 전략이 한계에 이르자, 경영권이 취약한 상장사들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자 이후 3, 4세대로 경영이 승계되면서 오너 경영자의 지분이 희석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려아연처럼 동업 가문간 갈등이 생기거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생기면 사모펀드가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주주 간 지분율 차이가 작고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제2의 고려아연' 찾기 움직임도 있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앞세워 지배구조에 개입하지만, 오너 일가의 반발과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며 "비효율적인 가족 중심 경영을 개혁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단기 수익성에 치중하는 한계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회사의 단기 매출이 아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을 중심에 두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