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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30억달러 투자' 스텔란티스, 현지 제조 회귀 가속

5개 주 공장 증설·5000개 일자리창출…생산능력 50%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5.10.16 10:59:51
[프라임경제] 스텔란티스가 미국 시장에 13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입한다. 향후 4년간 진행될 이번 투자 규모는 회사 100년 역사상 최대치로, 미국 내 모든 조립 공장에 직접적인 변화가 미칠 전망이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계획을 통해 신규 차량 5종 출시, 2029년까지 19개 차종 개선 및 파워트레인 업데이트, 미국 내 생산능력 50%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북미시장에서의 전략적 리셋이자 미국형 제조 르네상스로 불릴 만한 행보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130억달러 투자는 회사 역사상 최대 단일 투자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CEO 겸 북미 COO는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투자"라며 "고객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미국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간 △인디애나 4개 주 공장에만 5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 GM·포드·테슬라 등 경쟁사들이 선점한 북미 생산망을 다시 되찾겠다는 스텔란티스의 구조적 선언인 셈이다.

스텔란티스 로고. ⓒ 스텔란티스 코리아


스텔란티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을 50% 확대할 계획이다.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일리노이 주 6억달러를 투입해 지프 체로키·컴패스 생산 거점인 벨비디어 조립 공장을 재가동함으로써 약 3300개의 일자리를 창출. ②오하이오 주 4억달러를 들여 신형 중형 트럭을 톨레도 조립단지에서 생산하고 지프 랭글러·글래디에이터와 함께 조립 예정. ③미시간 주 워렌 트럭 조립공장에 1억달러 투입, 2028년부터 주행거리연장형 EV(EREV)와 대형 SUV 생산. ④인디애나 주 2026년부터 신형 4기통 엔진 GMET4 EVO를 생산, 파워트레인 효율성을 강화해 내연기관 경쟁력 유지.

이 중 미시간과 인디애나의 투자는 내연기관·전동화 병행 전략의 상징이다.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보다 EREV를 포함한 점진적 전동화를 선택한 점은 북미 소비자 특성에 맞춘 현실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행보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Made in America' 정책 기조에 정확히 부합한다. 유럽계 기업인 스텔란티스가 현지 생산과 고용 창출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 시장 내 정치·경제적 입지를 강화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특히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 중인 GM·포드·테슬라와 달리 스텔란티스는 전동화와 내연기관의 공존 모델을 내세워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제조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램 등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북미 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였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생산 증대가 아닌 북미 재점유 전략의 본격화다.

즉, 지프 브랜드를 통한 SUV 라인업 확장을 비롯해 닷지 브랜드를 통한 퍼포먼스 이미지 강화, 크라이슬러의 전동화 재도약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올드 아메리칸 브랜드의 재해석이다.

이번 130억달러 투자는 스텔란티스가 유럽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밸런스형 제조 기업으로 진화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푸조·피아트·시트로엥 등 유럽 브랜드가 중심이었던 그룹 구조에 북미 제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양대 대륙 간 균형 전략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이는 글로벌 전동화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 기지는 분산, 브랜드는 통합이라는 스텔란티스의 중장기 철학을 보여준다. 전기차 경쟁의 최전선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지금, 스텔란티스는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 소비되는 자동차를 앞세워 GM·포드의 안방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유럽의 피를 이은 미국 제조사로서 스텔란티스의 북미 부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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