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기업이 아닌 전동화 복합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BEV), 하이브리드(HEV), 수소전기차(FCEV)를 모두 아우르는 '전동화 삼각축' 전략이 결실을 맺으며, 글로벌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기술 다변화' 원칙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망 불안이 겹친 2024~2025년 시장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체질을 한층 견고히 했다. 단일 파워트레인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한 전동화 전략, 이것이 현대차그룹의 최대 강점이다.
◆'BEV·HEV·FCEV' 완벽 밸런스…E-GMP 기술력 입증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7위를 기록했다.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는 1300여 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 토요타의 700여 대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또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은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 3위에 올라섰다.
이처럼 △전기 △하이브리드 △수소전기 세 부문 모두 글로벌 상위권을 기록한 완성차 그룹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단일 기술에 편중되지 않은 복합 전동화 포트폴리오는 전 세계 완성차 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 시대의 안정판 역할을 한다.

E-GMP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플랫폼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9년 37만여대에서 2023년 141만여대로 약 4배 증가했다. 2022년 이후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를 꾸준히 이어가며 2019년 138만여대에 머물렀던 친환경차 누적 판매대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7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즉, 10대 중 2대가 친환경차인 셈이다.
그 중심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대 초 전기차 시장의 본격 성장을 예견하고, 세계 최초로 모듈형 EV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E-GMP 기반의 아이오닉 5·아이오닉 6·EV9은 '세계 올해의 자동차' 수상 행진을 이어가며,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기술 수준을 입증했다. E-GMP는 배터리 배치 최적화와 짧은 오버행, 낮은 무게중심을 통해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충전 효율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정의선 회장은 "플랫폼 혁신이야말로 기술 중심 완성차로의 전환 출발점"이라며 E-GMP를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핵심 인프라로 정의했다.
◆'혼류 생산' 대응력 강화·'넥쏘'로 수소 경쟁력 증명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생산 거점의 유연화를 통해 전동화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인 광명 EVO Plant 준공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전기차 일체형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는 미국 조지아 주에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건설해 주력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는 등 생산능력도 확충했다.
또 각 공장에 혼류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 생산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이는 특정 파워트레인 수요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즉시 전환할 수 있어 실질적인 수익 안정성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의 효율성과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모두 갖춰 소비자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인 △싼타페 △코나 △니로는 독일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아우토 빌트(Auto Bild) 비교평가에서 경쟁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시장에서 얻은 '기술 신뢰도'의 상징적 결과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이 분야의 절대 강자다.
더 올 뉴 넥쏘는 720㎞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정숙성을 자랑하며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상용 부문에서도 더 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북미 출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상품성 개선 모델 등 라인업을 확장하며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를 단순한 친환경차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2030년 친환경차 563만대 목표…플랫폼 진화 가속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친환경차 563만대 판매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2030년 하이브리드 모델 28종 확대 △2027년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출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현지 전략형 EV(아이오닉 3 등) 투입 등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울산 EV 전용공장과 기아 화성 PBV(Purpose Built Vehicle,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 전용공장을 거점으로 안정적인 친환경차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특히 HMGMA에서는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 생산을 병행해 현재 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한 생산 확장이 아니라 '전동화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응이다. 정의선 회장은 "속도의 경쟁보다 시장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며 전기차 수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또 정의선 회장은 전동화를 '기업의 체질이자 생태계'로 규정한다. 그는 △BEV △HEV △FCEV 등 파워트레인 다변화를 통해 시장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균형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단기 수요 정체기에도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전동화 라인업 확장, 전용 플랫폼 진화, 수소 및 배터리 기술 고도화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이 단기 수익성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흔들리는 지금,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업계의 교과서로 평가된다. 테슬라가 단일 전기차 중심의 고속 전략으로 불안정한 수익성을 보이는 반면, 현대차는 포트폴리오 분산으로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속도보다 내실, 기술보다 신뢰.' 이것이 정의선 체제 5년간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전동화 전략의 핵심 공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