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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서비스 최근 이용자 중 대다수가 이글루스 이용자들인 것으로 나타나 이사바람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블로거 라지엘이 공개한 프리덤 사용자 목록. 이글루스 회원들이 대거 이삿짐 꾸리기에 나서 목록을 장악하고 있다.> |
이같은 대규모 이사 바람이 불게 된 것은 다름아닌 ‘SK 사태’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11월 개혁 조치 때문이다. 이글루스 운영진은 그동안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희망해온 18세 이상 가입조건 유지를 철폐하는 등 ‘약관 변경 시도’에 나선 바 있다. 특히 27일 공식적으로 윤곽을 드러낸 이 약관 변경 추진은 가입연령 문제 뿐만 아니라 블로그 게시물들의 관련사 제공을 명문화했다. 특히 이를 약관으로 못박는 과정에서 이글루스 사용자들의 게시물에 대해 복제 및 전송권이 회사에 속한다고 선언하는 등 무리수를 둬, “아예 저작권법 위에 앉아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반발이 거세지자 이글루스 운영진은 법무팀 검토를 받아 공개된 약관을 부랴부랴 하루만에(28일) 전면개정하고 사과를 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이미 실망한 이글루스 이용자들은 대거 이사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로그 이사 사이트만 ‘원님 덕에 나발부는 즐거움?’
이런 이사 사태에 어부지리를 얻은 곳은 다름아닌 블로그 포장이사 업체. 사람이 집을 옮길때 포장이사를 사용하면 일반이삿짐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듯, 블로그 이사에도 일일이 수동 이사를 하는 대신 패키지 이사를 하는 업체가 있다.
이번 이사 바람에 재조명된 서비스 회사는 ‘프리덤(freedomz.co.kr)’이라는 업체. 이미 2007년부터 뛰어난 기술력으로 언론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네이버·엠파스·야후·이글루스 블로그 등을 테터툴즈나 티스토리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예를들어, 기존 블로그에 1000여 개의 글이 있다면, 이 서비스를 통해 백업을 한 다음에 약 1시간 정도면 다른 블로그로 이사할 수 있다.
즉 어느 회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나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든간에, 기존 데이터를 저장, 변환해 자신이 원하는 다른 서비스나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프리덤을 이용해 블로그를 백업하면 데이터가 태터툴즈 호환 규격의 XML 파일로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태터툴즈는 원본 소스가 완전하게 공개된 무료 블로그 프로그램으로, XML 파일의 규격 역시 일반에 공개 중이다.
기존에 작성한 콘텐츠의 권리를 특정 서비스에 대한 종속성 때문에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제작자의 설명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글루스 이용자들이 대거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목을 끌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글루스 이용자들은 네이버나 엠파스 등의 이용자들보다 자신의 글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전문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특성에서 이글루스를 떠난다 해도 자료를 버리고 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눌러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28일 이글루스 인기글 모음코너인 ‘이오공감’에 ‘프리덤 서비스’에 관한 글이 올라 눈길을 끌게 되면서, ‘SK 사태’ 이후 줄곧 이어져 온 이사 추진 바람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28일 이글루스 운영진이 약관 문제에 대한 해명과 재수정 방침을 공지글로 올렸지만, 이미 27일 약관에 실망감을 깊게 느낀 이용자들은 ‘이오공감’을 통해 ‘프리덤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대거 이사 대열을 꾸리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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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이사센터를 만들어 드리고, 순번제도 도입하겠습니다. 잠시만 참아 주세요"-폭주하는 이글루스 피난민들을 수용하느라 여념이 없는 프리덤측의 공개성명> |
이런 상황에서 이미 알음알음으로 프리덤 서비스를 이용, 이사를 추진 중이던 이글루스 사용자들에 이어, 28일부터 대거 신규유입된 서비스 이용자들까지 합쳐져 28일에는 프리덤이 잠시 가동 속도 저하와 일시적 중단 등을 겪는 ‘이사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난데없는 이사철 도래에 프리덤 서비스측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1일 프리덤측은 공지글을 올려, “아예 이글루스 이용자들을 위한 코너를 따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명장은 칼을 가리지 않고 파워블로거는 툴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대거 이탈 바람에 대해 이글루스 사용자들 간에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은 이글루스가 상대적으로 강한 네트워크 강점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정을 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예컨대 ‘당신은 과연 이글루스를 떠날 수 있을까?’ 같은 글)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프리덤 다운 상황 등으로 대거 이사 조짐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이같은 예상은 초점을 빗나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이미 SK 인수 후 달라진 분위기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전조로 파악돼 특히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가장 큰 요인은 이미 블로거들이 네이버 등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을 알리는 데 재미를 들인 층이 절대다수를 점유하던 블로그 사용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어디에 가서든 툴(서비스 도구)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한 인구가 점차 늘어난 데에서도 가속도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이사 사태는 이글루스만의 특별한 잘못이라든지 재앙이라고 풀이하기 보다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면이 더 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이글루스 이사 바람이 다른 기존인기(주류) 블로그 시스템으로 확산될지 온라인 세상의 화제로 떠오를 전망인 가운데, 이로 인해 티스토리 등 새 무대가 각광을 받게 될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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