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다수의 검색엔진과 블로그 서비스 업체를 거느린 인터넷산업계의 거대기업 SK컴즈가 최근 계열사들의 대대적 리뉴얼을 시도하고 있어 화제다.
2,000만 가입자로 유명한 싸이월드를 품에 안은 SK컴즈는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해 몸집 불리기를 시작한 이래, 엠파스의 인기몰이와 함께 주목을 끌었다. 이후 주목할 만한 글들을 인터넷 세상에 다수 쏟아내며 소수정예로 평가받아온 블로그 지원업체 이글루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 명실공히 검색부터 블로그, 대인관계 서비스까지 꿰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의 이면에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자라나고 있다. 물론 관련업종들을 다수 점하고 있는 사업 특성상 이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들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다만 이에 그치지 않고 SK컴즈 계열사들이 서로 닮아가는 것이 문제. 이런 상황에 대해 각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 꿈 향해 나래 편 싸이월드, 하지만......
‘1촌 추가’, ‘파도타기’라는 속어로 대변되는 인맥관리 서비스(SNS)의 1인자 싸이월드는 사이버머니 ‘도토리’ 등 독창적인 수익모델을 만들며, SNS시장을 이끌어온 온 공격적인 조직이다. 회원은 2,000만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싸이월드가 포털로서 던질 승부수와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기는 싸이월드가 언젠가는 포털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엿보였다. 메일 기능에, 검색기능 강화 등 그간 싸이월드의 행보는, 포털화의 교과서적인 발걸음이었다. 현재 초기 화면 맨 위의 중요한 부분에 검색창이 올라가고, 실시간 뉴스도 전진배치되어 있다. 전형적인 포털의 포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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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포맷과 대동소이한 싸이월드 메인홈페이지> |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던 미니홈피 기능이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끌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과 새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오는 불가피성일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이 바로 이용자들의 우려와 불만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신변잡기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콘텐츠를 좀 업그레이드해 보고 싶은, 혹은 다른 서비스를 추가 혹은 다른 서비스 중심으로 수술해 보고 싶은 구상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갖고 있었던 ‘페이퍼’ 기능을 스스로 닫아 버리고, 이를 새롭게 싸이월드에 등장한 ‘블로그’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화룡점정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싸이월드의 이번 페이퍼 폐지는, 그간 나름대로 매니아층을 만들어 온 페이퍼 기능을 스스로 닫아 버리고, 블로그 체제를 만들고 싶어하는 구상과 잇대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페이퍼를 사용하던 싸이월드 유저들에게는 공지를 통해 양해를 구하고 블로그로 자료를 이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불만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따라잡거나 일취월장할 일은 이미 네이버와 포맷이 유사한 SK 내 주요 포털인 엠파스(SK컴즈는 싸이월드, 이글루스, 엠파스, 네이트를 소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에게 맡기는 게 더욱 적절하지 왜 싸이월드에 블로그를 만들고 그쪽으로 유도를 하느냐는 불만이다. 조금은 신변잡기적인 티를 내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으나, ‘나름대로 오순도순 페이퍼 돌리고 클럽 만들면서 살던’ 싸이월드 유저들에게 포털화를 추진한다는 미명으로 이러한 즐거움을 뺏거나 깎는 방식으로 네이버와 일전을 준비하는 일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더군다나, 문제는 또 있다. 싸이월드가 이미 블로그 사업에 손을 댔으나 큰 재미를 못 봤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이미 페이퍼를 운영해 보다가, ‘홈 2’라는 블로그성 서비스에 도전해 유저들을 유인해 본 전력이 있다. 만약에 사람들이 페이퍼 대신 이 홈 2가 마음에 들었다면 폭발적 반응이 이미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 유저들에게는 이 홈 2가 페이퍼를 대신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이런 교훈을 접어두고는 다시 블로그를 본격 서비스하는 것이 왜 필요하냐는 불만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싸이월드 본연 기능과 페이퍼를 공유하는 ‘공감대’ 형성 기능 자체를 일부 덜어내면서까지 다른 포털들의 백화점식 진열을 따라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은 페이퍼 폐지와 싸이월드의 포털(정확하게는 계열사인 엠파스) 따라하기 수술이 끝난 다음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글루스 자료를 네이트에서도 즐기세요-찬반 팽팽
이글루스 유저들이 격앙돼 있다. 이글루스는 SK컴즈 인수에 가장 격렬히 반발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 사용자들이 반발했던 것은 다름아닌 성인전용 서비스 기능, ‘퍼가기 문화’가 없는 공간이라는 특수성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글루스 유저들은 SK컴즈가 갖고 있는 회사들인 엠파스와 싸이월드에 자신들이 ‘피땀흘려 써낸 노작들이 공유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사측은 자료 공유 가능성을 일축하고, 성인들이 모여 있는 연령대 제한 가입 절차에 대한 유지, 자료의 유출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 ‘안심하라’는 요지의 공지를 띄우며 상황을 매듭지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약관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약속은 모두 폐기 처분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글루스측은 약관 마련을 통해 가입자 연령대 제한을 폐지하도록 명시하는가 하면, 자료의 복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는 신약관 14조. 14조 4항과 5항에 대한 반발에 대한 회원 풍자글이 이글루스 이오공감에 오르는 등 회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글루 블로거 RNasis 는 “④ 회원이 서비스에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은 다른 회원이 당해 회원의 게시물을 서비스 내에서 복제, 전송, 전시 등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봅니다”라는 조항에 대해서는 “퍼가요~ 기능 만들 예정”이라고 해석하고, “회사는 서비스 운영정책상 또는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간의 통합 등을 하는 경우 게시물의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게시물의 게재 위치를 변경ㆍ이전하거나 사이트간 공유로 하여 서비스할 수 있으며, 게시물의 이전ㆍ변경 또는 공유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합니다”라는 조항에 대해서는 “이글루 갈아엎거나, 통폐합해도 포스팅 데이터는 우리 겁니다”가 아니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반발이 이렇게 커지자, 이글루스는 추가 공지를 통해 약관을 전면검토하겠다는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블로거들은 이번 일로 우려를 표하던 모든 사항에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블로거들 중 일부는 실제로 이동을 준비 중이거나 곧 준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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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에서 주요계열사로 기사송출을 하기 시작하자, 링크가 걸린 이글루 블로거들은 방문자 폭증에 곤란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 다음은 곤란함을 토로한 블로거 '뽐뿌'님> |
◆자료 돌려쓰기에 반발 움직임, 제동 성공할까?
이런 자료 나눠쓰기 문제는 이미 이글루스의 블로깅 자료를 네이트 등에서 볼 수 있느냐로 처음 촉발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네이트 등에서 생산된 자료가 엠파스에도 협조되는 등 시도가 된 바 있는 것이다(네이트 톡톡의 인기글들이 엠파스로 그대로 제공돼 엠파스 판으로 게재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글루스의 경우 반발이 극심해지면서 이글루스를 떠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떠나지 않는 이글루스 사용자들의 경우에도, 엠파스 등에 자신이 이글루스에 올린 글을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네이트온 연동 문제 등 최근 개편 과정에서 의견수집에 나섰던 회사측은 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글루스 이용자들을 위해 자신의 콘텐츠를 네이트, 엠파스 등 협력사에 제공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기로 해 실행 중이다).
결국 싸이월드의 포털화, 싸이월드의 독보적 기능인 페이퍼 폐지와 블로그로의 사용유도, 이글루스의 양질 블로그 자료를 엠파스 등에서 활용하는 문제 등은 포털 전문 기업인 SK컴즈가 화려하게 부상하는 데 중요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항의와 실망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적극적인 이용자들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형국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논란 외에도, SK컴즈에 딸린 계열사들의 개성이 함몰되어 간다는 정체성 문제로도 연결되고 있다. 싸이월드, 엠파스, 이글루스 등이 서로 포맷과 컨텐츠면에서 닮아가는 상황을 통해 각각 자생력과 매력이 있던 상황에서 점차 비슷한 여러 회사가 병존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회사측으로서는 몰라도, 전체 인터넷산업이나 온라인문화라는 그림틀에서 보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닯아가는 것보다는 개성을 지키는 게 전체적으로도 유익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글루스 관계자는 “서로 특성을 갖고 갈 부분이 있고, 통합을 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더 편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해, 통합과 개성 보전이라는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통합쪽에 좀 더 무게중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내년 초 간담회 등을 열 계획”이라는 게 관계자 입장이다. 이 간담회 때 혹은 그 이전에라도 소비자들이 형성,전달하는 여론을 SK컴즈는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된다. 다양성 유지와 시너지 효과를 위한 호환추진 사이에서 SK컴즈 산하 여러 매체들은 어수선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네이버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SK컴즈는 어떤 가치들을 얼마나 포기 혹은 조화시켜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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