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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新약관 파문,"블로거는 세입자?"

"나가라고등떠미나?"SK컴즈식 개혁완결판에 실망 반응 속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1.28 09:14:06

   
   
[프라임경제] SK컴즈가 또 한 번 에스키모들의 속을 뒤집어놨다. SK컴즈가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www.egloos.com)를 인수한 이래 에스키모(이글루 블로그 사용자)들은 여러 우려를 해 왔다. 이 와중에 이번에는 약관 개정 문제가 다시금 자극을 준 것이다.

◆약관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약관 개정은 전광석화와도 같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27일 저녁 6시를 기점으로, 이번 개정은 마치 군사작전과도 같이 신속하게 이뤄져 '이글루스팀장' 역시도 "미처 꼼꼼히 살피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따로 추가공지를 덧붙을 정도로 '속도전'으로 진행됐다.

지난 번 개정으로 등장한 현행약관이 금년 9월 23일부터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내 법무팀은 업무특성상 회사정책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곳. 더욱이 일반적으로 법무실 업무는 정책을 추쇄하는 곳이지 정책 아젠더를 세우거나 선도하는 곳은 아니다. 결국 이미 어떤 방향성은 정해진 가운데, 세심한 검토가 법적 검토의 옷을 입으며 완결됐고 다만 이 과정이 회원들에게 약관개정이라는 공표되는 것이 예상 외였다는 것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약관 개정이라는 중요한 일이 조령모개식으로 '빛의 속도로'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약관 개정으로 인해 그간 논란이 되어 온 'SK컴즈의 이글루스 인수로 인한 이글루스 고유의 특성 실종'이라는 이용자들의 우려가 드디어 명시적인 문서화 형태로 나타났다는 게 주안점이며, 이 과정에서 속도를 내며 밑어붙였다는 점이 더해진 것이다.

◆약관 개정으로 SK컴즈 인수 당시 약속 모두 파기되는 셈

SK컴즈가 이글루스를 인수할 무렵, 이글루스 이용자들은 이글루스의 포털화를 경계하며 상당한 거부반응을 드러냈다. 이때 주요 불만사항(내지 우려)은 첫째, 네이트, 엠파스 등 SK컴즈 계열사들에 이글루스의 콘텐츠가 제공될 것이라는 우려(엠파스에서 네이트 톡톡이 판이라는 제목으로 활용되는 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령대를 제한한 데서 비롯되는 이글루스 고유 문화의 붕괴 가능성 셋째, 주요 포털에서 일어나는 자료 복제 허용(일명 긁어가기 퍼가기 허용) 등이었다.

인수 당시 회사측은 공지를 통해 이글루스의 연령대 문제, 콘텐츠의 싸이월드 등 타사 제공 및 연동 문제, '펌질' 기능 문제 등에 대해 이글루스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글루스가 SK컴즈에 인수될 당시 회원 우려들에 대한 운영진 해명자료. 그러나 이번 새 약관 등장으로 이는 모두 그야말로 '공약'들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그러나 금년 가을 이후 SK컴즈측은 연령대 문제를 "이번 촛불시위에서 보듯, 십대의 성숙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18세 이상 가입 조건을 무력화시켰고, 현재 SK컴즈 계열사들의 메인 화면에 이글루스 콘텐츠들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매듭을 지었다. 이번 이글루스 약관 개정은 이런 문제들을 명시적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이다.

더욱이 이번 약관 개정은 기사를 계열 포털사들에 제공하는 문제에 날개를 다는 동시에, 스크랩 기능 제공 등 마지막 보루마저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이용가능성이 높은 사항들을 담고 있다.

신 약관의 독소조항이라는 우려섞인 평가를 받는 부분은 바로 14조.

제 14 조 (게시물의 이용)

① 회원은 자신이 서비스 내에 게시한 게시물을 회사가 국내ㆍ외에서 다음 각 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합니다.
1. 서비스(제3자가 운영하는 사이트 또는 미디어의 일정 영역 내에 입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포함)내에서 게시물을 복제, 전송, 전시 또는 노출하기 위하여 게시물의 크기를 변환하거나 단순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

14조 1항 1목 크기 변화와 단순화는 네이트온등의 연동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로그라는 1인 미디어의 특성상 글이 변화가 이뤄지거나 단순화되는 경우 원뜻을 해치거나 곡해될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나 글을 임의로 재단당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글루 이용자들로서는 이글루를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다는 뜻을 이구동성으로 표명하는 등 문제가 장기화될 소지도 있다.

14조 4항 등에 대해서는 더욱 말이 많다.

블로거 RNasis 는

④ 회원이 서비스에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은 다른 회원이 당해 회원의 게시물을 서비스 내에서 복제, 전송, 전시 등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봅니다.

라는 조항에 대해서는 "퍼가요~ 기능 만들 예정"이라고 해석하고,

⑤ 회사는 서비스 운영정책상 또는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간의 통합 등을 하는 경우 게시물의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게시물의 게재 위치를 변경ㆍ이전하거나 사이트간 공유로 하여 서비스할 수 있으며, 게시물의 이전ㆍ변경 또는 공유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합니다.

 부분은 "이글루 갈아엎거나, 통폐합해도 포스팅 데이타는 우리 겁니다"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⑥ 회원이 서비스에 게시물을 게재한 경우, 당해 게시물은 회사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한 계속하여 서비스내 게시되거나 검색결과에 노출되는 등 이용고객 또는 다른 회원에게 제공될 수 있습니다.

특히 6항에 대해서는 "설령 당신이 탈퇴한다고 해도 말이죠"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의혹 포스팅은 다소 무리한 해석을 포함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고 많은 이글루스 이용자들이 공감할 표명할 정도라는 데 있다. SK컴즈라면 정말 저럴지도 모른다라는 신뢰 붕괴가 이미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현재 회원들의 추천을 다수 얻어 '이글루스 이오공감'(인기글을 따로 돌출시키는 곳)에 게시 중이고 리플이 다수 붙어 있다.

◆곳곳에서 의무만 강조, 권리 위주의 선진국형 약관 아니다

이러한 여러 논란이 가능한 것은 현행 약관보다 신약관이 다분히 이용자의 의무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의무를 적시하는 게 일반적인 약관 관행. 특히 이글루스 약관은 소비자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신약관은 현행 약관 16조가 "저작물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다"는 등의 권리 조항이 대거  명확히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러한 문제를 일선후퇴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반면, 신약관은 제 11조에서 '개설자는 블로그 관리 및 운영에 관한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고, 저작권 보호 조항인 13조에서도(1항) '회원이 블로그에 게재한 게시물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각 회원에게 있다'고 하여, 권리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작고,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선관주의로 관리해라? 에스키모는 이글루 '주인'이 아니라 '위탁관리'하는 것?

더욱이 11조 3항에서 "블로그를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해 관리하라"는 조항은 실소를 유발하는 대목이다.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는 흔히 선관의무라고 민법학에서 이야기하는 개념으로, 자기 물건이 아닌 위탁물 등을 관리하게 되는 경우에나 적절한 표현이다. 블로그 게시물이 '자기 것',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글들'이라고 생각하는 이글루스 사용자들에게는 경악을 유발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런 여러 구조적인 우려가 14조 6항과 결합하면 실제로 만약 블로그를 없애거나 해도 게시물 정보를 회사가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어쨌든 블로그를 개인의 공간이 아닌 방을 빌려쓰는 정도로 보는 시각이 짙게 깔려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글루스 이용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블로거 insane 는 "이제 X치고 블로그하라는 것이냐"라고 항의의견을 공지에 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블로그를 간편하게 이사하는 서비스에 대한 포스팅이 인기를 끄는 등 이번 약관 공지 후폭풍이 상당하다.

이글루스에서는 부랴부랴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블로거 lenis가 "뭐 하나 물어봅시다. 요새 운영진이 다 바뀌었나요? 4년간 조용했는데 요새 왜 이래요"라는 것처럼, 운영진, 더 정확히는 운영진 마인드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류의 문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글루스를 맴돌고 있다. '얼음집 주인들의 반발'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글루스 운영진 관계자와 SK컴즈가 앞으로도 계속 이글루스 사용자들을 세입자쯤으로 간주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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