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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씨티은행 리더십은 어디에?

그간 파이 열심히 챙겨온 하영구 행장,고통분담엔 잠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1.24 09:08:56

   
   
[프라임경제] 19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금융기업 씨티그룹이 최근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가운데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씨티그룹이 진출해 은행영업 중이다. 미국의 긴박한 사정에 우리 나라 씨티은행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급한 사정을 헤쳐나가는 데 긴박함도 엿보이는 반면, 은행 일각에서는 고통분담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씨티, 살빼기 불가피

현재 한국 씨티은행이 직면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대체로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에 대해사는 미국 씨티은행의 상황을 참고하는 게 이해해 적당한 배경지식이 될 것 같다. 씨티그룹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3일 “곤경에 처한 씨티그룹 경영진이 배드뱅크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씨티그룹 측이 회사 전체 또는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다른 언론사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직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불확실한 상태지만 대규모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씨티은행 역시 호주 씨티 등이 준비 중인 것처럼 다이어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씨티은행, 이미 성장 정체 벽 부딪힌 상태

더군다나 한국 내 영업 사정은 최근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씨티은행은 금년 2월 무렵, 즉 미국발 금융위기 도래 이전부터 살빼기 대상으로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한국 씨티은행의 순이익은 2006년과 대비, 2007년에 40% 증가했지만, 200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정체 상태로 돌입했다는 평을 얻었다. 2008년 3분기 당기 순익도 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 감소했다.

◆이론상 유사시에도 독자생존가능, 하지만 실상은 말단까지 희망퇴직 선상에

이에 따라 이번 위기 국면에서 한국 씨티은행 역시 강도 높은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씨티은행 홍보관계자는 부정하고 있지만, 현직에 있는 일반행원들 사이에는 “200~300명선이 이번에 줄어들어야 한다”는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괴담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송병준 부위원장은 “회사와 희망퇴직에 관해 협상 중”이라면서 “그나마 다른 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후선 대기(인사 조치를 통해 불이익을 주는 것)가 씨티은행에는 없기 때문에, 이번 희망퇴직제도가 다른 은행에서 종종 있어왔던 희망퇴직제를 통한 강제성을 띤 감원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씨티은행의 경우 씨티그룹의 지사 형태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따로 한국 법인을 설립해 놓고 있다. 만에 하나지만, 씨티그룹이 어려움에 빠져도 지사가 막바로 폐쇄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대신, 독자적인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희망퇴직제를 먼저 노사가 협상하다가, 사실상 사측이 강제성을 띤 구조조정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씨티은행의 경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워낙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씨티은행이 다른 은행과 조금 다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해도, 실제로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 자체가 다른 은행보다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이번 씨티은행 희망퇴직안은 이례적으로 5급 직원도 근속기간이 5년 이상만 되면 희망 퇴직에 넣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다른 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등 몸집 줄이기 폭풍권 밖에 있는 ‘막내들’까지도 희망퇴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사기’ 차원으로 한정해 놓고 보면 다른 금융권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영구 리더십’, 필요할 때만 미국식?

사실상 전직원이 피부로 회사의 곤란한 사정을 느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에 씨티은행 지도부는 고통분담에 타금융권에 비해 피동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이번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강도 높은 임원 연봉 감액 등을 발빠르게 선언하고 기업살리기 등 공적책임 강화에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행장 등 임원들이 솔선해 은행 살리기 등 사회적 책임에 동참했던 셈이다.

물론 감봉 등이 최상의 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에 비해서도 임원들이 충분한 보수 수준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씨티은행은 구 한미은행 시절(구 한미은행과 구 씨티은행이 합쳐져 현재 통합상황을 이루고 있다)부터 임원과 직원간 소득분배 불균형 논란이 컸다.

과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 한미은행 일반직원들이 5~6% 임금상승을 이루는 동안 임원층은 250% 상승한 전례가 있다(2001~2004년). 씨티은행으로의 통합 이후에도 미국식 체제 특성상 임원이 차지한 파이 비율이 직원에 대한 분배율보다는 훨씬 높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두 은행간 통합으로 하영구 행장이 적잖은 통합성과금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간 스톡옵션으로 하 행장이 올린 수입도 상당하다. 이는 외국계 은행이라는 토양에서 CEO가 누린 특권이다.

이렇게 국내 어느 은행에 비해서도 임원들의 수익이 달콤했던 씨티은행이고 보면, 정작 금융위기의 칼바람 앞에서 가장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할 인원 줄이기까지 단행되는 와중에 CEO 차원의 행동이 먼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나중에라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미국식 임원 보상 체계가 큰 보상 대신 문제 상황에서는 더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 한국 씨티은행의 군살 빼기는 미국식도 한국식도 아닌 ‘씨티만의 독자적인 구조와 기업문화’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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