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텔레콤(017670)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 후폭풍이 통신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이 아닌 일반 휴대폰 판매점들이 고객과 통신사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챗GPT로 각색한 SK텔레콤 대리점이 판매점 측에 보낸 유심 관련 공지. ⓒ 챗GPT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은 최근 유심 무상 교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전국 2600여개의 T월드 직영 대리점에 한정된다.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 등 타사 상품도 함께 취급하는 휴대폰 판매점(위탁 대리점)은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같은 정책은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이 발표한 공지에 따른 것이다. 해당 공지에는 '판매점 보유 유심으로 교체 시 개통용 유심이 부족해 신규 판매가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유심 교체 비용을 고객 혹은 판매점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또 '기기변경'으로 개통하는 경우도 유심 무상 지원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로 인해 고객 불만과 판매점의 손해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포함한 상당수 고객들이 기기 개통 매장인 판매점에서 유심 교체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은 직영 대리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판매점주들 사이에서는 "유심 가격은 개당 7700원이지만 원가는 2000원 수준"이라며 "본사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없이 손실만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고객 민원 대응부터 유심 비용 부담까지 모두 현장 판매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한 판매점주는 "대리점과는 달리 판매점은 유심 교체 한 건당 수당조차 받지 못한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유심을 교체해 주려면 대리점에 따로 접수하고,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직영 대리점과 판매점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형상으로는 동일하게 통신사 로고가 부착돼 있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모습. = 이인영 기자
통신사 직영 대리점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본사나 자회사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통신 3사 중 SK텔레콤은 'T월드'라는 브랜드로 통일돼 있다. 반면 판매점은 개인사업자나 유통 대리점이 위탁 운영하는 매장으로, 한 매장에서 복수의 통신사 로고가 동시에 사용되기도 한다.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은 지난 5일부터 T월드 대리점에서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등 영업을 중단하고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판매점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판매점에서 유심을 교체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판매점 입장에선 부담이다. 본사와 계약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자가 부담으로 유심을 제공하는 구조는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 확대를 위해 SK텔레콤 직영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구조"라면서 "직접 계약된 대리점이 아닌 만큼 유심 보상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점에서의 유심 교체는 대리점 업무를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다만 중소 판매점들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손실 보전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