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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쪼개기 인수, 해운 산업 경쟁력 약화의 길인가

SK해운 인수, '쪼개기 인수' 아닌 통합적 시너지 모색해야

박상익 SK해운연합노동조합 본부장 | 705slop@naver.com | 2025.05.07 17:04:39

[프라임경제] SK해운 인수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해운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업 전체가 아닌 일부 자산만을 선택적으로 인수하는 이른바 '쪼개기 인수' 방식의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는 단순한 기업 거래를 넘어 국내 해운 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생태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쪼개기 인수'는 특정 기업의 사업 부문이나 자산을 분리하여 인수하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인수 기업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특정 위험을 회피하는 데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유기적 통합 운영을 저해하고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남겨진 부문의 부실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특히 복잡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공급망이 필수적인 해운 산업의 특성상, 이러한 분할 인수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우리 해운 산업은 '쪼개기 인수'의 쓰디쓴 경험을 한 바 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당시, 현대상선(현 HMM)이 한진해운의 일부 자산만을 인수했으나 기대했던 통합 시너지가 미미했고 오히려 운영 비효율성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2018년 STX조선해양의 일부 사업 부문 매각 사례에서도 매각되지 않은 잔존 부문의 부실 심화와 이로 인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불안정성 및 경쟁력 약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과거 사례들은 '쪼개기 인수' 방식이 눈앞의 단기적인 재무 이익이나 위험 회피에는 일정 부분 효과적일지 몰라도, 해당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는 명백한 한계를 지님을 보여준다.

해운 산업은 선박 운항, 물류 시스템, 항만 운영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최적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해운 인수에 있어서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 사업 구조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순히 일부 자산 매각으로 단기적 회수율만 높이려는 시도는 결국 산업 전체의 파이를 줄이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해운 산업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 전체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위험이 있다.

정부 및 관계 당국 역시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업 인수 과정이 해당 산업 생태계의 구조와 장기적인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 또한 눈앞의 단기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폭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산업 발전 비전을 가지고 인수합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마땅하다.

특히 HMM의 최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KDB산업은행은 해운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이번 SK해운 매각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닌 통합적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 제고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도록,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박상익 SK해운연합노동조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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