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해외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한국 라면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나 체험 공간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K-라면'이 글로벌 브랜딩 전략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MZ세대는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체험을 통해 브랜드와 교감하고, 이를 자신의 콘텐츠로 재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고객의 콘텐츠가 되는 흐름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전략에서도 핵심이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컵누들 박물관'이다. 물론 이곳은 한국 브랜드가 아닌 닛신식품이 운영하는 일본 브랜드 공간이지만, 라면을 어떻게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우수 사례로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요코하마와 오사카 이케다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자인 안도 모모후쿠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고객이 직접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고 포장해 보는 체험을 제공한다. '마이 컵누들 팩토리'는 브랜드의 역사와 감성을 단시간에 전달하는 동시에, 관람객 스스로가 브랜드 홍보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직접 만들고, 들고 나와 자랑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소비자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이 흐름은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뉴욕에서는 농심이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강 신라면 체험' 행사를 열었다. 뉴욕 한복판에 설치된 한강 분위기의 체험존에서, 방문객들은 신라면을 즉석에서 조리해 먹고, 한강의 감성의 미디어월로 경험했다.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현지인들에게 '한국식 라면 문화'를 강렬하게 인식시킨 대표적 사례다.
또한 최근 들어 동남아, 미주 지역에서 '무인 라면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운영 중인 K-라면 무인스토어들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낮은 인건비로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편의점 라면 조리기' 장면이 현지 팬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남아, 자연스럽게 체험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응답하라 1988', '기생충' 등 콘텐츠 속 라면 장면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 코드'로 소비되며, 글로벌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Mamee Jonker House는 중소 식품기업이 운영하는 복합형 체험 매장이다. 단순 판매점을 넘어서, 라면 제조 체험, 브랜드 캐릭터 체험관, 굿즈샵과 캐릭터 카페가 결합된 콘텐츠 복합 공간이다. 이 매장은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필수 코스로도 자리 잡으며, 지역 브랜딩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체험형 공간은 단순한 매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해외 진출 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지화보다 앞선 정체성 확립이다. 무작정 현지 입맛에 맞추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공간 속에 담고 이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더 큰 인상을 남긴다.
둘째, 공간을 '직접 만지는 미디어'로 활용해야 한다. 요즘 소비자는 제품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직접 보고, 만지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체험형 매장은 이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글로벌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팝업스토어나 체험관을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한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감동을 받고, 온라인에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넷째, 로컬 파트너십과 연계한 체험 운영 전략도 중요하다. 뉴욕의 한국문화원처럼 현지 기관과 협업하여 문화적 맥락 속에 브랜드를 녹이면 더 효과적이다.
다섯째,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와 연계한 라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K-드라마와 영화 속의 익숙한 라면 이미지와 브랜드 경험을 연결해, '라면 한 그릇이 한국 문화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은 '매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은 체험을 매개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가 된다.
K-라면이 세계로 확산되는 지금, 프랜차이즈 본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체험하게 할 것인가이다.
글로벌프랜차이즈, 이번에는 라면이라는 일상적인 식품이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문화적 매개체로 진화했는지에서 그 해답을 발견한다.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한국프랜차이즈교육원 이사 /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창업&프랜차이즈 컨설팅 전공 석사 졸업 / 중앙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석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