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단지 및 주택가 전경. = 박선린 기자
[프라임경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매물이 나왔는데, 강남이 다시 토허제로 묶이면서 수요가 확 몰렸어요. 요즘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사라집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하자, 인근 지역 중 하나인 흑석동이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 중앙대병원과 흑석시장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지역에는 평일 한낮임에도 끊이지 않는 문의 전화로 분주하다. 현장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흑석동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흑석동 M공인중개사는 "강남과 용산 사이, 교통 접근성이 탁월하면서도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았던 흑석이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기존 1주택을 처분하고 흑석으로 갈아타려는 30~40대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동작구는 3월 셋째 주부터 4월 초까지 4주 연속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하며 강남3구 외곽 지역 중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경. = 박선린 기자
흑석동 내 대표 단지들의 몸값도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3월 말 26억원에 실거래되며 강남권 인기 아파트 못지않은 몸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흑석자이' 전용 59㎡도 14억2000만원에 거래, 해당 면적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신규 단지와 재개발 기대감에서 미래가치가 더 부각된다. 흑석뉴타운 11구역은 '서반포 써밋 더힐'이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단장되며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1988년 준공된 '명수대현대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며, 재건축이 가시화되면 한강변 시세에 또 한 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을 둘러보던 30대 A씨는 "저번 주에 송파 인근 부동산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토허제로 복잡해진 규제가 부담스러웠다"며 "흑석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입지여건도 좋아 갈아타기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흑석동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흑석은 과거엔 '강남 옆' 지역으로 언급되었지만, 지금은 실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강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의 상승세는 규제 회피에 따른 반사 이익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책 불확실성과 오는 6월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