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 속에서도 방산, 제약·바이오, 통신 등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를 사들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 챗GPT 생성이미지.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방산, 통신 등 경기방어주와 흐름이 좋은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국내증시에서 10조8708억원을 순매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9조9619억원 코스닥에서 9087억원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2조5034억원) △삼성전자(2조3746억원) △현대차(614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877억원) △기아(2401억원) 등 코스피 시가 총액 상위종목들을 대거 순매도 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1조6370억원 규모의 '팔자' 행보를 보이며 8개월째 '셀 코리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 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매도세가 급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은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한국전력(015760), SK텔레콤(01767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를 비롯해 제약·바이오종목인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펩트론(087010) 등을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인 한국전력은 내수주로 상호 관세 영향이 없다. 따라서 불확실한 장세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경기방어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주가는 지난 2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전날까지 무려 17.9% 상승했다.
실적상승과 배당재개 기대감도 더해졌다. 한국전력은 최근 몇 년간 잇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한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현금배당도 재개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비용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경기 둔화 우려 국면에서 달러 약세 기조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며 현재 추세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반기에 이익 모멘텀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순매수 금액 2위와 5위에 이름을 올린 에이비엘바이오와 펩트론은 제약·바이오기업이다.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대한 관세 인상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되는 업종이다. 다만, 이들 기업들에게는 개별 호재가 크게 작용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달 7일 글로벌 제약사 GSK와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알테오젠이 2020년 머크와 체결한 4조7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술이전이다. 이에 3만4050원에 머물던 주가는 무려 6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펩트론은 미립구 기술 바탕의 주사제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기반으로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을 맺었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사들였다.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낮고,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어 미국발 관세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유상증자 두 번째 제동에도 주가는 오히려 올라 80만원을 돌파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수익성과 수주잔고 확장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업체보다 저평가 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5거래일 연속 SK텔레콤을 순매수 중이다.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배당·자사주 소각 등 배당 성향을 확대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이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배당도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