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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도체 관세에 쏠린 눈…엔비디아 대중 수출 제한 여파는?

미중 관세 전쟁에 불똥 튄 韓 반도체 산업…당분간 '예의주시'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5.04.17 14:42:31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전장으로 떠오르면서 다음 주 발표될 반도체 관세율에 산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의 대중 수출을 무기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기존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H100보다 능을 낮춰 만든 칩이지만, 미국 당국은 이 칩도 중국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에 대한 보복책이자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들이 대량 주문한 H20 칩의 공급이 막히게 됐고, 삼성전자(005930) 등 메모리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한국 반도체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H20에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는 만큼, 대중 수출 중단 시 우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20 수출 제한으로 올 1분기에만 약 800만개의 HBM 매출이 영향을 받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조2000억원(16억달러)에 달한다. H20 1장에는 HBM 6개가 탑재되는데, 이중 대다수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가 아닌 H20에만 HBM을 납품하고 있어 더욱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수출 제한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가 2~4%대 하락세를 보였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확대되며 증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는 H20 수출 허가 여부가 당분간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내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욱이 엔비디아의 경우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규제 면제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 내 AI 칩 시장이 화웨이 등 토종 업체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여파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가 내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반도체 관세율에 온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개별 발표에 따라 업계에 미칠 여파나 대응책 등을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로서는 그 어떤 것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실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기존 26조원에서 33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재정도 2026년까지 4조원 이상 투입할 방침이다. 

이밖에 첨단 소재·부품·장비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신설하고, 반도체 저리대출도 3조원 이상 추가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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