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ABL생명보험지부가 15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정후 기자
[프라임경제]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승인을 기다리는 동양·ABL생명 노동조합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MG손해보험 사례를 들어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노조는 해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1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ABL생명보험지부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고용보장과 매각 위로금 등 보상방안 제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동양·ABL생명은 금융위원회의 우리금융지주 인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28일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1월15일 금융당국에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해당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선 결과 경영실태평가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내려간 것. 인수합병(M&A) 절차가 미흡했던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인수의 열쇠는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규정 상 자회사 편입을 신청한 지주회사가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미달한 경우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자본 충원이나 부실자산 정리에 따른 조건부 승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수가 지연되자, 동양·ABL생명 노조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동양·ABL생명을 매각하는 다자보험그룹과 인수하는 우리금융지주 가운데 어느 곳도 노동자와는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현재 동양·ABL생명의 주인은 중국 다자그룹"이라며 "다자그룹은 우리금융지주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나도 보장해줄 수 없다며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위 승인 절차가 완료된 후에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당장 인수가 마무리될 것처럼 양사에 개입하고 간섭하면서도 공식적인 대화 요청은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노조의 반발이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MG손보 선례가 있어서다.
MG손보는 수의계약을 통해 메리츠화재에 인수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고용 승계 불투명을 이유로 반발에 나서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다른 인수자를 찾지 못한채 계약 이전 또는 청·파산이 거론되는 등 표류 상태다.
다만 보험업계는 동양·ABL생명과 MG손보는 다른 경우라고 보고 있다. MG손보는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예보와 금융위의 판단에도 메리츠화재가 철회한 것이지만, 동양·ABL생명은 금융위 승인만 내려진다면 우리금융지주가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노조 반발로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았기에 인수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 것"이라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한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놓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도 매각 반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MG손보 사례와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자그룹은 우리금융지주 핑계를, 우리금융지주는 인수 승인을 들어 (고용보장이나 보상안에 대해) 소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가 이 마무리를 잘 지켜보고 승인해 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