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가 기업금융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지난달 기준 5등급 이하 개인사업자에게는 신용대출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기업부문 대출을 확장해 온 케이뱅크의 건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고신용자 대상의 담보대출 의존도를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중·저신용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은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514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1763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 규모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1조8946억원)·토스뱅크(1조5109억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연체율과 부실채권 등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케이뱅크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3%다. 전년 말(0.78%)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기업대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의 비율 역시 같은 기간 0.27%에서 1.13%로 뛰었다.
주목할 부분은 건전성 악화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보여준 대응 방식의 차이다. 카카오뱅크(323410)와 토스뱅크는 지난해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자 보증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된다. 보증대출은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공급하더라도 보증기관이 이를 보증해 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늦게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였지만, 현재 가장 많은 잔액을 보유하게 됐다"며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을 출시한 이후 보증서대출, 이자지원 보증서대출 등을 선보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신용보증재단과 협약해 이차보전 상품인 '개인사업자 이자지원 보증서대출'을 출시했다"며 "사업 역량은 뛰어나지만 개인 신용도가 낮아 대출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특화된 신용평가모형도 개발해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담보대출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긴 하지만, 우선 보증대출 쪽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다"며 "전·월세보증금대출 상품을 4종으로 확대하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협약해 지방 소재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을 위한 보증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최근 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담보대출 의존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해당 대출의 후순위·대환 상품까지 선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당국이 그간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던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인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최근 행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보 중심의 대출 확대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주로 고신용자에게 자금이 공급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 현황. ⓒ 은행연합회
케이뱅크가 기업대출 부문에서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신용대출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인 개인사업자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신용등급 1~10등급 전 구간에 걸쳐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매 분기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을 공개한다"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쳤을 때는 저희가 타 은행 대비 중저신용자 취급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