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1일 '중소기업 지원방안'부터 30일 '키코 등 거래기업에 대한 유동성지원 방안', 이달 3일 '경제종합금융대책'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숨가쁘게 제시되고 있다.
이 대책들의 골자는 신규로 유동성(자금,대출)지원을 확대하고 이미 지원된 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등을 도와 기업 대출 부실화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는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연쇄 대책이 마련되고 있음에도 유동성 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금 공급에 간접적 방식 도입,실효성 의문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그간의 정책과 이번 11·3 대책에서 보듯, 중소기업 자금 지원 방식에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을 확충하거나, 기업은행 자본금을 늘려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이 주된 골자로 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달 나온 중소기업 유동성 긴급 지원 대책(패스트 랙)에서도 정부는 간접 지원 방식을 고집했다.
이는 시장원리에 따른 선별적 구제와 당사자간 해결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효율적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들이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보듯 전반적인 신용 저하를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우려는 한숨 돌렸지만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과 연체율은 같은 기간 10% 이상 가파르게 증가해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유동성 모두가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돌지 못하는 돈, 심사하기도 벅차
하지만 이런 유동성 문제를 뚫어서 건전성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고자 정부가 내놓는 각종 유동성 대책, 즉 대출 정책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우선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데 드는 시간 소모가 상당해 병목 현상이 심한 것도 문제로 시적됐다. 30일 주새성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본부장은 '키코 등 관련 유동성지원' 브리핑에서 "이번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10월 1일에 계획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고 300여개사가 넘는 기업들을 평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인정하면서 "11월 초 검사역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면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돼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출 연장 등 유동성 지원에 자금 지원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시간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례는 3일자 종합대책에서 키코 피해 기업과 건설사 중심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다시 예산이 대대적으로 확충됐지만, 결국 다시 긴 심사의 벽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꺾기' 규제 등 아직 단속 미비
또한 요행히 이런 등급별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은 기업(패스트트랙의 경우 B등급에 해당하는 기업) 신규대출이나 대출연장 대상으로 거론된다 해도 실제로 유동성 위기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도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출을 해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일명 꺾기(대출을 조건으로 일부 금액을 다른 상품에 예치하도록 하는 일을 말하는 속어)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실제 집행 단계에서 또 한 차례 대출의 벽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이 대출과 관련 조건으로 일부 KIKO 상품을 가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패스트트랙과 관련 자금 지원을 요청한 기업이 꺾기 요청을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이나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파악과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키코 가입시 꺾기 사례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3일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키코 관련 꺾기 요구 등에 대한 피해 통계를 따로 갖고 있지는 않으며 97개 업체가 키코 관련 소송에 참여했다는 것만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키코 관련 꺾기 강요 사례나 이번 패스트트랙 관련 꺾기 관련 사례가 파악된 실제 케이스는 없다"면서 "주장하는 기업과 실제 은행 사이에 증거자료로 입증하는 게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대로 유동성 지원책을 감시,감독할 종합적 기능을 맡은 곳이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대자금 동원 불구, '기업 대출 부실화 연결고리' 제때 못 끊을 수도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되면 각종 대책의 효과가 상쇄될 수 밖에 없고, 이런 대책들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기업 자금 경색이나 현재까지 이미 제공된 기업대출의 부실화 시나리오를 잠시나마 차단하려는 시도는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기업의 대출 부실화와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연쇄 위기, 그리고 이것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돼 기업이 다시 줄도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해 정부는 가능성이 낮다며 일축하고 있지만, 이미 3/4분기에 기업대출 문제로 인해 하나금융,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이 상당한 실적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기업 유동성 위기를 제때 끊어주지 않으면 금융권 연쇄 위기론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 유동성 지원의 큰 틀을 그릴 때 정부가 뒤에 숨어 있는 방식에 계속 효율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지금까지의 구상과 달리 직접 지원에 나서는 등 발상을 전환해 볼 필요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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