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039490)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039490)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전산운용비를 사용했음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연이틀 전산오류가 발생하면서 신뢰도가 대폭 하락,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전산운용비로 총 1097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큰 액수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달 새 거래지연 사태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 3일과 4일에는 미국발 관세 여파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등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클 전망이다. 당시 코스피는 전일 대비 각각 2.7%, 1.5%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이번 전산사고 원인 파악과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키움증권의 전산장애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국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전산 장애 발생 내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증권사들이 배상한 전산 장애는 164건이다. 이중 20.7%에 해당하는 34건이 키움증권에서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전산장애가 다우기술(023590)에 의존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의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을 이용하는 타 증권사들과 다르게 키움증권은 자체 개발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다우기술은 IT 기업으로, 키움증권의 지분 42.31%를 가지고 있는 모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다우기술에 전산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817억원을 몰아줬다. 막대한 금액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전산장애 사태가 '리테일 강자'로 군림해 온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현재 토스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위탁매매 거래금액은 245조5491억원 규모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했다. 토스증권은 225조7482억원을 기록, 키움증권을 맹추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수수료 전면 무료'를 내세우며 투자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T회사인 모회사만 믿고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하더니 되레 문제만 키운 꼴"이라며 "리테일 고객이 많은 키움증권이 잦은 시스템 장애로 투자자들의 이탈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산장애에 대해 "주말 동안 점검으로 이상 없음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예의주시해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