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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한화에어로 '여윳돈'에도 잇따른 유증…주주가치 희석에 개미만 '한숨'

금융당국, 유상증자 집중심사제도 도입에도 긍정적 발언 '일색'

박진우 기자 | pjw19786@newsprime.co.kr | 2025.03.24 17:09:56

지난 20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다음날인 21일 전일 대비 13.02% 하락한 62만8000원을 기록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프라임경제] 대기업 상장사들의 잇따른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독려하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감시·규제권을 가진 금융당국도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장마감후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주가는 다음날인 21일 전일 대비 13.02%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의 13.05%에 해당하는 보통주 595만500주로, 국내 증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보다 앞서 14일 삼성SDI(006400)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발표했다. 당일 주가는 전일보다 6.18% 하락,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투자자에게 현금을 받고 그 주식을 판매해 자금을 얻는 자본금을 얻는 방식이다. 다만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악재로 여겨져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신주가 발행되면 총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

통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면 기업은 차입금을 일으키거나 유상증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단기 차입금 증가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차입 대신 증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SDI와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의 이유로 안정적인 재무구조 구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현금흐름 창출이 안정적인 두 대기업은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함에도 '유상 증자'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4000억원 수준에 달해 3~4년에 걸쳐 집행될 필요 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기로 한 건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역시 장부가 9조9000억원 수준인 삼성디스플레이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결정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이미 보유 중인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짚었다.


지난해에도 고려아연(010130)·이수페타시스(007660)·현대차증권(001500)·차바이오텍(085660) 등 상장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로 제동을 건 바 있다.

이에 유상증자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관련 '중점심사' 기준을 마련했다. 중점심사 유상증자는 기업의 유상증자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계획 등 기재 사항을 살펴본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점심사 1, 2호로 선정하고 중점심사에 나섰다. 하지만 금감원은 중점심사 결론이 채 나기도 전에 긍정적 입장을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에 대해서도 "삼성SDI의 투자 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투자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심사를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집중심사제도 도입을 결정하면서 '주식 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등을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긍정적 결론을 예고한 이 원장의 발언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유효한 증자라도 기존주주의 주식을 희석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더구나 중점심사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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