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9개 저축은행 대표,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금융위원회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건전성이 악화된 저축은행을 정리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또한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인 지역과 서민 대상의 자금공급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잇돌대출 대상을 확대하고 햇살론 취급에 유인책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0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부원장, 9개 저축은행 대표, 저축은행중앙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으로 △시장 안정 및 건전성 관리 지원 △중저신용자 금융공급 확대 △과도한 수도권 여신 쏠림 완화 △중소 저축은행 영업역량 및 기반 확충을 꼽았다.
◆ 한시적 M&A 기준 완화…1조원 규모 PF 정상화 펀드·NPL 전문회사 설립 추진
먼저 금융위는 신속한 시장자율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현행 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현행 저축은행 M&A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이 불가능하고, 인수 역시 제한적이지만,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부실(우려) 저축은행 혹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9% 이하인 구조조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M&A가 허용됐다.
이번 방안에 따라 예외적 M&A 허용 범위를 기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넓혔다. BIS 비율 기준도 9% 이하에서 11% 이하로 완화됐다.
아울러 금융지주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경우 대주주 심사가 면제되는 점을 감안해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해 저축은행 M&A 유인을 높였다.
기존 부실 PF 정리를 위해서 약 1조원 이상의 부실 PF 정상화 펀드도 추진한다. 올해 1분기 중 5000억원, 2분기에 5000억원을 조성하고 하반기에 추가 조성 규모를 고려한다.
펀드 구조는 선순위(재무적 투자자)와 후순위(자산 매도 저축은행 등)로 구분된다. 선순위 비중은 20~30%로 하고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 등 외부 투자자를 포함해 재무적 투자자 모집한다.
또한 저축은행 업계 NPL 매입 및 위탁 추심 업무 등을 수행하는 부실채권(NPL) 관리 전문회사를 설립을 통해 저축은행업계의 상시적·효과적 건전성 관리 강화를 노린다.
이외에도 저축은행중앙회의 차입 한도를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해 수신 규모 확대,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환경에서 중앙회의 시장 안정 지원 기능을 높일 계획이다.
◆ 사잇돌 대출 공급 요건 개선·햇살론 공급 관련 인센티브 강화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지역·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사잇돌대출의 공급요건을 '신용하위 30%에 70% 이상 공급'에서 '신용하위 50%에 70% 이상 공급’으로 개선한다. 이로 인해 사잇돌 대출 공급이 약 1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 스코어 등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심사모형도 고도화한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영업구역내 여신비율 산정 과정에서 햇살론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사잇돌과 민간 중금리대출과 마찬가지로 햇살론에 150%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중금리대출의 일정 비율(10%)을 예대율 산정에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모두 영업구역으로 포함하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산출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여신 가중치를 차등화해 수도권 여신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재투자 평가제도를 내실화하고 경영실태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활용도를 높인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영업역량 및 기반 확충을 위해서 저축은행중앙회는 데이터 공동 관리, 적극적 대안정보 활용, 상시적 신용평가시스템(CSS) 관리조직 운영 등을 통해 신용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중소형사의 비대면 개인신용대출 공급 관련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업계를 대표해 더욱 철저하게 업계 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업계협력 사항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회원사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이 업계가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올해 하반기에 저축은행이 금융 산업 내에서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한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