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 조치를 예고하면서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배터리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2일 자동차 관세를 공개하기로 했다. 관세율은 25% 정도일 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9일에는 말을 바꿨다. 그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와 몇 가지 다른 품목들에 대해 앞으로 한 달 내, 또는 그보다 더 빠르게 관세 부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더 빨리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국내 배터리업계는 난감한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관세 발표에 대한 정확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론 자동차의 가격이 올라 미국 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수익성 역시 떨어진다.
특히 배터리가 생산되는 공장의 위치뿐 아니라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완성차 업체의 주요 생산 거점에 따라 관세 적용이 달라, 완성차업계보다 배터리업계의 셈법이 훨씬 복잡한 상황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등의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앞서 예고한 만큼, 아무리 배터리 생산을 미국에서 하더라도 해당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량이 멕시코 등에서 완성되면 관세가 더해질 수 있는 것.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현지에서 단독 공장 2개와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현대차와의 합작공장 5개 총 7개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GM △포드 △테슬라 등과 협력하며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포드 머스탱 마하-E가 멕시코 쿠아우티틀란 공장에서 조립되고, GM의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가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 조립 공장에서 제조되는 점은 향후 관세 부과에서 리스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삼성SDI(006400)와 SK온은 배터리가 탑재되는 주력 차종 대부분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공장을 가장 많이 짓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가 심화할수록, 북미 시장을 개척해 온 업체들의 선진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도 "예견했던 시나리오 중 일부다"라며 현 상황을 기회로 보는 모습이다.
김 CEO는 지난 19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시나리오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큰 기조는 리밸런싱, 즉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에게 '슈퍼 사이클이 오면 그동안 준비를 잘한 업체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지금 좀 어렵지만 잘 준비하면 사이클을 탈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선두에 진입한 것들이 하나의 효과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