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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침체 파도 눈앞에, 한국은 서핑 준비 얼마나?

금융위기는 진화 하지만 이번엔 실물경제 침체 본격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0.15 00:05:08

[프라임경제] 미국과 유럽 각국이 국제 금융 위기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선 덕일까? 민감성이 가장 강한 증시부터 희망적인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이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투입으로 금융 위기 해소의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유럽 각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영향력으로 미국 증시는 13일엔 대공황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하면서 980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한국 증시도 14일 큰 폭으로 상승하고 환율이 급속히 안정되는 등 본격적으로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맞이한 각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파트너>  
하지만 아직 위기의 끝을 가늠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3일 폭등 직후에 14일(현지시간) 막바로 약세전환으로 끝나 버린 미국 증시의 허무감은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아직 끝났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문제를 방증한다.

그리고 선진국 시장과의 공조상의 문제, 무엇보다 실물경제 침체로의 전이 우려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앞으로도 상당 시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 오히려 본격화

실물경제 악화로 주요국들의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꺼지고 있고, 이것이 다시 금융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금융위기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위기 요인이 전부 관리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IMF는 미국 정부의 7000억 달러 투입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1조 달러 가량이 필요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에는 못 미치지만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 투입금액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한 고비를 넘긴 수준이라는 분석들을 내놓은 바 있다.

또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부동산경기 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인 점은 이 자체로 실물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가 주도한 금융 구제안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깊은 경기 침체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지난 12월에 비해 일자리는 60만500개가 줄어들었다. 피터슨연구소 등에서도 미국의 실업률(현재 6.1%)이 앞으로 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역시 “미국 경제는 뚜렷한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9%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실업은 다시 소비 저하, 경제 침체, 고용 위기, 실직 유발로 악순환 고리를 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위기관리 공조망에서 한국은 ‘변방’, 금융·실물경제위기 앞 홀로서기

G7(선진 7개국 회의)이 금융 위기 공조를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조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구체적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선진국 은행들이 자금 투입을 통해 유동성 마련에 나섰고, 선진국간에는 통화 스왑을 통한 공조도 버팀목으로 기대할 만 하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선진국들의 통화 스왑에 참여하지 못하는 한 유동성 위기를 헤쳐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IMF가 구원투수 역을 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G20회담에서 공조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그동안 선진국간에 주로 이뤄져 온 통화 스왑거래를 이머징 주요국까지 확대하자는 요청은 오는 11월께 다시논의할 주제로 밀려나, 사실상 배제됐다.

우리 경제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경제의 흐름에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고 유동성위기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지속적인 ‘안전’ 신호에도 불구하고, 펀더먼탈과 외환 상황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남아 있다. 7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경상수지 적자, 직접투자수지 적자, 증권투자수지 적자, 자본이전수지 적자를 기초로 계산한 외화 순유출액은 총 364억25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251억달러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140억 달러를 넘어섰고 최근까지 환투기에 시달리는 등 기초체력 역화로 고생하고 있다. 이런 체력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여전히 잠재적으로 안은 상태에서 실물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중적 과제를 부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일 수 밖에 없다.

◆경제침체 신호는 ‘깜빡’,강만수 號는 여전히 마이동풍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의 9월 세일시즌 매출량은 지난 해 대비 크게 줄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의 가을정기세일 실적이 전년 대비 각각 4.7%, 4.1%, 10.9% 증가에 머물렀는데, 2007년 가을세일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 13%, 26% 신장한 것에 비하면 3분의 1 이상 급락, 사실상 소비활동이 얼어붙었음을 방증한다. 경제성장률이 3,4%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4% 성장이 힘들다. 내년 하반기에도 자신있게 좋아진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장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LG경제연구원도 “국내 경기 하강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성장률을 올해 4.4%, 내년 3.6%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3.9%로 하향조정했다. IMF도 전세계 경기침체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영향이 클 것이라는 근거를 내세우면서 4.3%에서 3.5%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렇게 우리 경제가 원동력이 떨어진 상황에 정부 사령탑은 극히 최근까지도 5% 가까운 성장가능성을 기조로 내년도 예산을 짜거나 잠재성장률 7% 가능 주장 등을 내놓으면서 좌충우돌했다.

한국 경제에 위기는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그런 한편, 지난 9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중 은행장을 불러 해외 자산 매각을 요구한 것이나, 최근에는 관세청 등을 동원, 기업과 은행, 개인을 상대로 달러 매매 내역까지 조사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음으로 양으로 가해지는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보유 달러를 내놓아 환율 안정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일도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파트너>  

또 강 장관은 지난 13일 “10월 말까지 시장의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은 어떤 경우에라도 은행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기 채무상환에 필요한 자금에 대해선 외환 보유액에서 지원해 줄 방침”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행동은 우리 나라가 이미 급박하게 외환을 거둬 들여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줄 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위험한 거래를 세금으로 충당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여러 발표 과정에 일관성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 위기론을 스스로 불어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 관리 방향 세우고 소비진작 대책 다시 짜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강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의 위기 관리 매뉴얼은 제대로 정비가 끝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고환율 정책을 쓰다가 외환을 풀어 환율을 끌어내리는 등 정책 방향에 일관성이 없었던 데다가, 외환보유고 소진을 통한 정책 추진 때문에 정책 추진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정권 교체 이후 공약이었던 고성장 정책을 펼 경제 흐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위기 관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외환보유고를 어떻게 활용할지와 이를 이용해 흑자도산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환율관리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문이 높다.

더욱이 극소수가 혜택을 보기 때문에 별다른 소비진작 효과가 없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종부세 완화 문제와 거대한 예산을 너무 잘게 나눠 주게 돼 막상 효과가 의문시됐던 유가환급금 분배 논란 등의 교훈을 살려, 새 소비진작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 연설만 벤치마킹할 게 아니라 뉴딜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경기부양책들을 배워 효과 있는 소비진작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 저고용으로 한 해 이상을 버텨야 할 정책을 구상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가 연초부터 내걸었던 ‘실용주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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