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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유동성 위기 경보음,어디까지 들을까?

9월 위기론 넘긴 자신감에 길들이기 심리, 하지만 직언은 수용필요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0.15 00:04:20

[프라임경제] 우리 정부 당국과 여당이 외신들의 ‘한국 경제 폄하성’ 보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한나라당이 차명진 대변인 명의로 영문 논평을 내는 등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응하고 나선 가운데, 14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회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기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가라앉는 느낌이라는 기사에 금융위기 기사에 정부 관료들이 대대적인 반론제기에 나섰다.>  

◆“그 기준이라면 지구상에 걱정할 나라 무수해”

재정부와 금융위는 이날 각각 해명자료를 내고 FT가 한국경제에 대해 폄하 보도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FT 보도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걱정해야 할 나라가 숱하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한국의 민간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FT의 지적에 대해 “가계부채 미중은 미국, 영국에 비해 낮은 편이며, 가계의 금융자산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지표는 정부에서 여러 번 밝혔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다 아는 내용이라면서 새삼 강조할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740조로 GDP 대비 82%, 기업부채는 940조로 GDP 대비 104%대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문 금융자산이 부채를 2.2배를 넘어 금융자산으로 부채상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특히 “기업부문의 부채규모도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 GDP 대비 131%에서 계속 낮아져 작년말 현재 GDP 대비 104%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달러를 구하기 위해 강만수 장관이 미국 금융기관의 수장들과 만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14일(현지시간)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와 로버트 루민 씨티그룹 이사를 면담할 예정으로 있으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향방 및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해 달러 펀딩을 요청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9월 위기론, ‘입이 문제’ 교훈 살려 강력 대응?

또 정부는 포스코가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포스코는 최근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라 해외원료를 확보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달러 자금이 필요해 해외채권을 발행, 달러 유치에 나선 것”이라면서 정부의 환율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정부 당국의 발빠르고 강력한 대응은 국내 증시와 환율이 외신 등의 의도적 흔들기로 인해 불안정성이 강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9월 위기론을 겪으면서 얻은 경제 핸들링 자신감과 함께 당시 당국을 힘들게 했던 외신을 위시한 언론에 대한 반감이 이번 대응에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지난 8월 파이낸셜 타임스가 “현재 한국 상황은 외환 위기 상황과 흡사하다”는 보도를 내 보냈고, 이에 당국은 해당 언론에 항의했지만 이미 위신이 땅에 추락한 뒤였다. 이를 반환점으로 국내 언론들의 9월 위기론 보도 역시 한층 가속도가 붙었고, 이를 교훈삼아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당국자들에게 뿌리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노변담화’를 벤치마킹해 라디오 연설을 하는 기회에도 상당 분량을 일부 보도에 대한 해명을 하는 데 집중 투자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에 대한 집중 마크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게 관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사실과 다른 보도도 없지 않지만......

물론 일부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위기론이 증폭된 경우도 없지 않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9월 1일자에 “한국 경제가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9월 위기설’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외환보유액 부족, 외채 증가, 만기도래 국채의 9월 집중으로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음을 울린 다음, 주요 근거로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장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수입액 9개월치)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당시 발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당시 우리는 적정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IMF가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수입액의 3개월 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태도에 대해서는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지난 번 경제환란(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나라로서는 지난 번에도 과민 대응으로 조언을 흘려들은 경험을 갖고 있다. 당국이 언론 보도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하는 데 집중하느라 상당한 정력을 낭비한 전례가 있다. 막상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격이다.

97년 당시 재정경제원은 한국경제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면서 헤럴드트리뷴,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부총리 자문관 명의로 반박자료를 발송한 적이 있다. 당시 명목도 해외언론기관들의 왜곡.과장보도가 한국의 해외신인도하락과 해외투자자의 조직적인 국내이탈로 이어져 우리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는 것. 재경원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1백50억달러이하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20억~2백억달러를 환율방어에 소비했다는 내용 역시 추정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무액임한 보도다” 등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방어했으나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한국이 태국 말레이시아처럼 대규모 환투기공격에 직면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던 당시 재경원 반응도 지금 보면 난센스로 드러났다.

◆걸러내되 고언은 경청해야

이에 따라 금융불안을 강조한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외신 보도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당하지 않으며 필터링 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강만수 장관에 대한 지속적 비판이 9월 위기론을 그저 위기론으로 끝내는 데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는 네티즌들의 평가도 있고 보면,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과정이 없어서는 발전이 불가능하고, 여기서는 금융당국도 성역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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