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유사인 에쓰오일(S-OIL, 010950)이 석유화학업계 강자를 목표로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뿐 아니라 광범위한 탈탄소 로드맵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88만1000㎡ 부지에 복합 석유화학 시설을 짓는 것을 뜻한다. 건설 현장의 전체 EPC(설계·구매·건설) 공정 진행률은 40%에 도달해 2026년 6월 기계적 준공이 목표다.
여기에는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크래커와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TC2C 설비, 폴리머 생산공장, 저장 탱크 등이 들어선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하며,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아람코 본사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조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등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쓰오일은 오히려 석유화학을 새 먹거리로 낙점,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정유산업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 연료유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데 역할이 집중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과 이에 따른 에너지 전환 기조로 인해 전통적인 정유 산업은 향후 연료유 시장의 축소에 적절히 대비하지 않는 경우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이러한 환경에서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BAU) 대비 35%를 감축한다는 탈탄소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단기·중기적으로는 △기존 공장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스팀 도입 △공정 이산화탄소 포집 후 판매 확대 등 탄소배출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도 자체적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아이템들부터 우선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 최소화를 위한 가스터빈 열병합 발전에 대한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한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 등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 등 친환경 연료 대체, 탄소포집(Carbon Capture)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친환경 신에너지 관련 기술의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배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와 연계한 탈탄소 전략도 과감하게 추진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분야의 경쟁사들이 보유한 기존 나프타 크래커 대비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감축 효과 면에서 탁월한 강점을 확보하도록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기본설계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집중해 최초 설계 단계보다 탄소 배출량을 약 20% 이상 저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며 "가동 이후 세부적인 배출량은 상세설계를 거쳐 산정될 예정이며, 2050 탈탄소 로드맵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TC2C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시설로, 단순화된 공정과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거두도록 하고 있다.
TC2C는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신규 분리·촉매 기술을 적용해 정제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을 70%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또 라이선스 공정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를 반영해 에너지 강도 지수 1분위를 달성,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했다.
이와 같은 대비를 바탕으로 에쓰오일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탄소 배출량 증가 관련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규 설비의 에너지 효율, 탄소저감 신기술 적용 수준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가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해온 중화학 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한 과감한 시설투자와 신기술 도입이 이뤄지도록 사회적으로도 응원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