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표류하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KDDX는 2036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해 6척을 실전 배치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사업자 선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지난 7월까지 끝냈어야 한다. 3개월째 지연되는 셈이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에서는 개념설계를 한화오션(042660)이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329180)이 맡았다.
하지만 KDDX와 관련한 비리 의혹 수사와 더불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갈등까지 첨예하게 이어지면서 방사청의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방사청은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업계의 반발이 잇따랐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 한화오션
이러는 사이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방사청 입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돌연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고소·고발 건 등이 해소된 뒤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KDDX) 전력화 시기도 중요하다"며 "전력화 시기가 지연되는 만큼, 소요군인 해군의 작전에 영향을 미치고 비용도 올라 많은 업체가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붐을 일으키고 있는 K-방산에 미치는 영향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군 전력화 지연을 포함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사청이 업체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석 청장의 말처럼 지연될수록 사업을 맡게 될 업체는 물론, 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즉,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는 형국이기에 방사청의 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국민의힘·거제2)은 "KDDX 사업자 선정이 장기표류 하면서 경남 지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 방산 메카로 도약을 꿈꾸는 경남도민 염원에도 찬물을 끼얹는 배임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국익과 원칙에 근거한 KDDX 사업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지난 22일 건의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통령실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청 등에 전달될 수 있게 됐다.
한편 최근 석 청장은 올해 안에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추가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