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경제 회복에 자신감 붙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작금의 금융 위기 상황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러시아 방문 중 "금융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비교적 빠르게 상황에 대처했다"는 요지의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 |
||
<강만수 장관. 사진=뉴스파트너> |
이미 지난 번 개각 때 경제사령탑에 대한 인책이 없이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지속이 보장된 셈이었는데,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상황에 대해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 위기설을 격파한 데 힘입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제 2의 위기설에 대해 자신만만함을 드러내고 있다.
2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우리가 외화를 벌면서 지출하기도 하는데 그 차이만큼만 (외환보유고로) 막으면 된다"는 정부의 외환관리 사고관을 드러냈다.
박 수석은 이환위기 재발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할 사람은 안 주고 우리가 돈을 지불해야 할 사람에게는 다 줘야하는 그런 식의 상황을 전제로 애기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상수지 역시 10월에 흑자로 들어서고 환율도 안정되는 등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아울러 이미 여러 번 도마에 오른 747 정책에 대해서도"앞으로 4년반 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서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가능할 것"으로 말했다.
◆ 지표들은 녹록하지 않아 "작전은 좋은데 실탄(달러)이?"
이런 정부의 인식은 미국 경제 위기 등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덕으로 읽힌다. 더욱이 지난 번 9월 위기설을 넘기면서 "루머와 억측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아 괜히 일을 키웠다"는 자성론이 작동,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 퍼져 긍정론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는 강만수 표 정책들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강하다는 점이 겹쳐지고 있고, 더욱이 이번 경제위기 상황을 대강 정리한 다음 'MB노믹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조바심도 없지 않아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정부의 이러한 야심만만한 경제구상에 대한 위기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여러 기관들은 이미 경제 성장 지표를 대폭 낮춰잡아야 할 것으로 판단하는 보고서를 지난 말 재출했다. 더욱이 여러 기관에서 나온 보고서를 종합하면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3~4%로 정부 기대치와 못미치는 수준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경제 전반에 극심한 침체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가 2010년에나 좋아질 것이라는 국내외 경제 해석과 맞물려 국내 경제가 극심한 냉각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 |
||
<외환보유고는 점점 줄어드는데 환율 불안은 해소 기미가 없다. 사진=뉴스파트너> |
환율 방어 등으로 외환을 낭비한 것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보다 35억3000만달러가 줄어든 2396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다른 환율 불안으로 3개월 동안 외환보유고는 무려 184억달러가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외화자금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관계자들은 '실탄'을 더 쓰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실탄(이환)이 떨어져 가는 데 대한 우려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시장 불안감 해소, 지표 재조정 필요
이렇게 전체적으로 정부의 인식에 비해 경제 전반의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시장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을 빗댄 '리-만 브라더스'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정부의 경제 관리에 대한 우려는 부도 은행 수준에 가깝다. 경제 펀더먼탈 자체나 세계 경제 흐름이 정부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방식과 전혀 다른데 무리하게 성장 가능성만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번 대통령의 방러 과정에서 천명된 신 실크로드 구상에서 보듯, 북한과 조율 없이 북한 통과 가스관을 발표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각종 구상은 실현 세부 사정에 대한 디테일한 검토 없이 '즉흥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을 이미 여러 번 내외 경제계에 심어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발 경제 위기를 한 고비 넘기자 마자 정부가 기존의 성장 위주 정책에 재시동을 걸려는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근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라는 논객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비책 요구론이 이른바 '미네르바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나, 무디스가 우리 나라 4대 은행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경제 참여자들은 정부의 인식과는 전혀 다르게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며 기초체력이 크게 약해진 지경"이라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인식 변화와 함께, 외환 보유고 등을 크게 소모하는 정책에 대한 각계의 불만과 우려를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 금융구제안 표결 과정에서 드러났듯, 어느 나라 납세자들이나 잘못된 정책에 혈세를 낭비하는 데 대해 급격히 거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를 도외시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정책 실패의 한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현상황은 숨고르기를 생략한 재도약이 아닌, 다가올 실물경제 위기에 대한 정보 공유와 정책 재신임 절차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