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HMC투자증권 박정인 회장 경질임박설, 왜?

說자체는 근거無, 그러나 그룹내 협조체제 구축 경고음 '사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9.25 14:11:08

[프라임경제] 역시 전공이 아니라 힘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스타 재무통 CEO 박정인 회장이 증권가에 긴급 투입된 이후 일각에서는 '실적 실망설', '회장 경질설' 등이 나도는 등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HMC투자증권(구 신흥증권)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와 함께 박 회장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
 
◆ 경질설 "사실 아니다"…그러나 소문 등장 '대략 난감'

박 회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일견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인정받은 박 회장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박 회장은 증권가 부임 이후 '스탠딩 회의'를 주재하는 등 나이를 잊은 열정과 겸손한 자세로 증권업종 경쟁사 CEO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자세로 호감을 산 인사다. 이를 떠나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현대모비스 회장,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명사다.

하지만 HMC투자증권은 실적에서 제대로 그룹이나 시장의 기대를 '성과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8월 14일, 1분기 보고서를 통해 당 분기 영업이익에서 45억 6251만원의 적자를 봤다고 적시했다. 이는 물론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단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수탁수수료가 감소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더욱이 신흥증권 시절의 색채를 벗기 위한 제반 비용 즉 신규 조직구축, IT시스템개발, 광고비 등 초기투자비용이 들어간 것도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본가인 현대차그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은 따로 있다. 신흥 인수 후 새로운 증권사 이름을 둘러싼 현대가 사이의 분쟁으로 CI 비용을 부득이 여러 번 지출하게 돼 극심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증처음 현대차IB투자증권으로 출범한 이후 사명 등을 두고 현대그룹의 강력한 항의와 반발 때문에 결국 HMC투자증권측이 백기를 들고 CI변경을 선택했던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상호 분쟁으로 인해 CI비용 손실이 발생한 것도 현재 HMC투자증권의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증권과 현대그룹의 입장이 처음부터 예측가능했던 만큼, 아예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현대차IB라는 상호를 사수하거나, 처음부터 문제의 상호를 피했어야 하는 책임이 경영진이 져야 한다고 본다면,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짜게 매겨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HMC투자증권이 초기 비용에 너무 많은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점이 정몽구 그룹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해석론은 나름대로 추론과정에 살을 더하고 떠돌고 있다. 물론 설은 설이니만큼, 흘려 들으면 그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HMC투자증권 홍보 관계자 역시 "회장 경질 임박설은 사실 무근이며 접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그간 구축해 온 화려한 이력에 비춰보면 이런 논란 자체가 나오는 자체가 '난감 혹은 굴욕'인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사진= 박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회사 알리기에 적극나서고 있다>
 
◆ 자통법 이후 "거인의 어깨 위에 탄 건 맞는데..."

IBK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신생 증권사가 폭증하는 데다가,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인수 HI증권으로 개명을 선포하고 나서는 등 증권가는 이미 '레드 오션'으로 변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혹은 현 HMC투자증권 경영진)이 이같은 낭설을 낭설 그 자체로 끝내는 데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현대차 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을 활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초 HMC투자증권이 시장에 등장할 때 시장 관계자들은 "거인의 어깨 위에 투자하라"는 등 현대차그룹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이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카드 등의 협력관계 구성, 현대차그룹 임직원의 대거 지원사격성 가입, 현대차그룹 내 각종 영업망을 통한 도움 등이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쪽 영업망을 당장 증권사 영업 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사실 무근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워낙 속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현대카드라는 같은 그룹 형제의 도움을 얻는 것도 나름대로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에도 HMC투자증권은 자력 갱생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2009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각 영역별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지, 카드사의 인력과 구조망이 전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하는 증권사 지원에 막바로 나서는 '혼동'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자통법 시행 이후에도 여러 세부 규정의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인 것.

즉, 현재 펀드 모집인의 자격 등에 관련 기관의 제약과 감독이 있는 것처럼, 예를 들어 현대카드의 인력과 조직망이 HMC투자증권의 CMA 상품 가입을 권유하거나 직접 뛰어드는 것에는 여러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증권 계좌 개설 등 증권 업무는 투자 성향 등을 모두 감안해 이뤄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카드사 직원이 같은 그룹 계열사인 증권사를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업'으로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순전히 '호의'로 지원사격에 나선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가능성까지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HMC투자증권에 몰아줄 생각 있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저러한 제도적 벽 외에도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HMC투자증권 자체를 도울 '의지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조짐도 엿보인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막강한 조직과 인력이 바로 신생 증권사를 돕기 위해 나서기 어려운 제도적 난점이 있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애 외에도 사실상 도와줄 '의지'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까지 이야기가 확장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박 회장이 동기간이나 다름없는 그룹 내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질론에 불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것.

   
<사진= 현대라는 단어로 인해 CI가 교체 되면서 인수 후 이미지 변신에 손상을 당했다>

현재 같은 그룹사인 현대카드에서는 HMC투자증권과 손잡고 CMA 서비스를 제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으로 다른 증권사들과 연계하고 있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자통법 통과 후 본격적으로 은행권 등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CMA이며, HMC투자증권이 잡은 증권업계 파트너가 많지 않은 현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HMC투자증권이 갖춘 외교망이 좁고 얕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며, 이를 푸는 과정에서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금융업체들부터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굳건히 다져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에서 대거 HMC투자증권에 '몰아주기'를 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 점도 향후 물량 확보 차원에서 더 공을 들일 부분이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CMA가입 등 도움을 주느냐는 문위에 대해서도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이벤트 등으로 유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직원이 가입을 하는 등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해 달라고 해 줄 사람들도 아니다. 강성 노조잖느냐"고 같은 그룹 식구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다는 고충을 에둘러 토로했다.

CMA를 통해 그룹사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몰아주기를 하면 상당한 메리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일반적 관측이 아직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그룹 차원의 용단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년을 대비, 시장 다지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2%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박 회장의 경질 임박설 자체는 사실 무근임이 분명해 보이나, 이런 설 자체가 나올 정도로 박 회장을 위시한 HMC투자증권 경영진이 주식 시장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문제나, 그룹의 도움과 연계성을 이끌어 내는 과제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그룹 내 지원을 끌어내는 포인트 개발의 부재 문제는 박 회장이 빠른 시일 내 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박 회장이 그 때 까지 HMC투자증권의 키를 잡을 수 있을지도 시장의 눈길을 끄는 요소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