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되지 않는 계열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 된다. 관리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그룹이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필두로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동시에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살펴보면,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개로 올해 처음 200개를 돌파했다. 지난 2014년 80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88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2위인 카카오(128개)보다도 100개 가까이 많다. 이 때문에 그동안 그룹 안팎에서는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SK그룹 계열사가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많은 까닭은 SK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며 가파르게 세를 불려 와서다.
또 투자사 기능을 강화한 영향도 크다. 지난 2021년 출범한 그룹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23개 기업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23개 중 지난해 18개 회사가 적자를 냈고, SK스퀘어의 작년 영업손실은 2조3397억원(연결기준)에 달했다.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 = 조택영 기자
이번 SK그룹의 대규모 수술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영향이 크다. 리밸런싱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최 의장이 계열사 축소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219개 계열사 중 수익성이 없거나 사업이 겹치면 서로 합병 또는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그 윤곽도 점차 드러나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해 조직 슬림화와 효율화를 향한 신호탄을 쐈다.
최근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의 SK온을 살리기 위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100조원 이상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물론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외에 △SK온-SK엔무브 합병 △SK온-SK E&S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도 포트폴리오 조정안으로 언급된 상황이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사업 포트폴리오 점검과 함께 리밸런싱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의는 1박2일 끝장 토론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며, 최 의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 회의로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