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횡령·배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근 구속을 피하면서 연내 경영 복귀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광그룹은 12조원 투자 계획 실행을 위해서라도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일부 범죄 사실에 있어서 공모·지시 여부에 대한 증거관계와 이에 대한 피의자의 주장 내용, 수사 개시 및 진행 경과, 다른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들의 계좌로 허위 급여를 지급한 뒤 이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태광CC가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 8000여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이 전 회장의 혐의가 사실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 곧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들이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 개인이 벌인 일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은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공백 기간 중 전반적인 그룹 경영을 총괄한 핵심 측근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 전 회장의 복권 이후부터다.
이 전 회장이 지난해 8월15일 복권된 후 열흘도 되지 않은 24일 김 전 의장은 전격 해임됐다. 태광그룹은 이어 감사를 통해 김 전 의장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 조치했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두고 태광그룹이 대대적인 내부 감사를 실시, 김 전 의장의 개인 비위를 포착해 갈등이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 전 의장은 이에 맞서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현재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김 전 의장은 경찰에 '이 전 회장의 개인 비위 정황'이라며 각종 내부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김 전 의장이 감사를 거부해 해임됐고, 현재는 이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 언론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늦어지고 있지만, 태광그룹 입장에선 시급히 해결돼야 할 요소다. 지난 2022년 발표한 12조원 중장기 투자계획의 실행을 위해선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중요해서다.
시기가 어쩔 수 없이 미뤄지겠지만, 태광그룹은 연내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내부 분위기가 괜찮은 상황이다"라며 "이 전 회장의 연내 복귀와 12조원 투자계획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