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각 차

"실물경제위기도 시작"對 "글로벌금융위기시작 단정 어려워"

[프라임경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현안보고에 참석, 리먼 브러더스 부도로 인한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기관장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경중 판단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기관관 유기적 공조에 우려가 제기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보고에 참석해 "미국의 실물경제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금융위기를 이미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실물경제가 경색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동결과 관련,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유동성과 금리를 분리해 보겠다는 것인데, (국내에서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리먼사태로 국내 금융기관의 여신이 엄격해진 것은 아니다"며 "몇개월 전부터 국내 금융기관들이 여신에 조심하고 있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지만그 유동성이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은 시장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환율과 관련, "현재 환율이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환율은민간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이 해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국인의 채권자금이탈이) 당장 문제가 생기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채권의 보유규모가 워낙 커져 있어 중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정부와 협조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시중 자금 흐름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국고채 직매입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만수 장관 역시 금융위기에 대한 대비책 마련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강 장관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는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위축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어 "대책을 조속히 실행하도록 노력하고,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 조치를 강구하는 등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이 총재와 달리 "최근의 금융상황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도 있었으나 9월 위기설 같은 심리적 문제도 있었다"고 언급하거나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 인식에 대해서는 이 총재보다는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