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추가경정 예산안 통과 실패로 당 원내지도부 사퇴 소동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16일 임시 대책을 마련했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퇴진 여부와 관련, 추경 예산 통과까지 일단 관련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16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 의원 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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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정치인들 공세 펼쳐
홍 원내대표의 퇴진을 주장한 한 축은 친이 정치인들로 구성돼 있다. 정통 친이 세력과 밖에서 겉돌다가 주류로 어렵사리 진입한 홍 원내대표 사이에 출신 차이가 두드러진 대목이다. 즉, 홍 원내대표가 당정청 관계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일부 상황이 청와대에 '누'가 된다고 생각한 친이 정치인들이 강경 입장을 표해 이번 사퇴론 매듭 문제가 논란이 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16일 오전 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홍 원내대표가 그날 우리 150여 의원들 앞에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책임질 것"이라면서 "그 책임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이후 사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용태 의원도 12일 논평을 통해 "2008년 9월 11일은 한나라당에게 있어 '기록적 참사'로 남을 것"이라며 이같은 홍 원내대표 책임경질론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배경에는 친이 정치인들이 오매불망 노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혁 입법 완수'를 홍 원내대표가 맡는 것은 추진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공 최고위원은 "개혁적인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많은 초선 의원들이나 혹은 재선의원 삼선 의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개인의 공과를 떠나서 조직이 다시 한 번 추스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당 재정비론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 마디로 홍 원내대표로는 당 재정비가 어렵고, 코드도 맞지 않는다는 공세인 셈이다.
◆친이들 '포스트 홍' 카드 없어 공염불 그쳤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일단 4선 의원급 중 홍 원내대표 뒤를 이어받을 사람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안상수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를 지냈고, 김무성·박근혜·이경재 의원 등은 친박 인사라서 친이 인사들이 이들에게 원내대표직을 넘기는 자충수를 둘 리가 없다. 남경필·정의화·황우여 의원 등은 화합형 인사라 저돌적 추진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즉, 현재 4선급 인사 중 한 명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당정청의 호흡이 오히려 홍 원내대표 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이런 선택을 할 정도로 홍 원내대표가 문제가 있느냐는 본질적 물음에 친이 인사들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추경 예산안 처리와 홍 원내대표 거취를 연계시키는 선에서 상징적인 문책을 한 다음, 사실상 유임으로 절충한 것이 이번 '추경안 통과 후 다시 논의'라는 결론이다. 추경이 통과된 후 원내대표를 경질하는 등 문책하기 어렵고, 통과 여부는 실질적으로는 강행이든 민주당과의 협상 통과든 원내 제 1 공룡 정당의 힘을 업은 상황에서 통과가 사실상 유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결국 홍 원내대표는 정통 친이 세력과의 엇박자 속에서도 자리를 보전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한에 한층 힘을 보탠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정국에서 한 단계 발언권을 높이는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승리는 친이 정치인들이 스스로 어려운 수를 둠으로써 얻어진 어부지리라는 점에서, 홍 원내대표로서는 상당히 달콤한 과실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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