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방산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폴란드와 맺은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정책 금융지원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맺었다. 이때 폴란드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980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047810)의 FA-50 전투기 48대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양측은 이 중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무기를 먼저 인도하는 1차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최대 30조원어치의 나머지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2차 계약이다. 방산업계는 1차 계약 후 1년 안에 2차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수출금융 지원 이슈가 발생했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짙고 수출 규모가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정책금융 한도가 꽉 차 추가 수출 계약을 맺을 여력이 부족했다.
이에 수출금융 지원을 위한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자본금 증액이 향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져 폴란드의 수입 대금을 한 번에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K-9 자주포대가 사격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출금융 지원은 국내 방산업계의 핵심 선결 과제다. 특히 지난해 말 폴란드와 K9 자주포 152문 2차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는 더욱 시급한 문제다. 계약에는 '2024년 6월까지 금융계약을 체결한다'는 조건이 붙어서다.
800대 수준의 K2 전차 2차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로템은 아직 계약을 맺기 전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2차 계약 논의 진전을 위해 조속한 금융지원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을 찾은 폴란드 사절단에게도 금융지원은 중요하다. 폴란드에는 지난해 10월 총선으로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K-방산 도입을 추진한 법과정의당(PiS)이 8년 만에 집권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해 K-방산 도입 적정성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 새 정부가 적폐청산식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 정부는 전 정부 정책의 재검토를 공언했고,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절반 이상을 EU 안에서 지출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금융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폴란드에서도 한국과 2차 계약, 무기 추가 조달에 대한 명분이 서지 않는 형국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구축한 내용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새 정부가 방산기술 자국화도 내세우는 상태라 국내 방산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주춤한 사이 폴란드의 요구사항은 늘어만 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발 빠른 금융지원만이 이러한 폴란드의 요구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