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수조원대 개발비를 투입해 10년 뒤 완전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는 수십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가 발주한 첨단 항공엔진 개념연구를 수행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국산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1만5000lbf급 터보팬 엔진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구개발 기간에 투입되는 금액은 5조원이 넘는다.
lbf는 엔진 출력의 단위로 1만lbf 이상은 제트기 급으로 분류된다. 항공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독자 엔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외산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설계와 소재, 공정과 부품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민간 업체는 면허생산 등으로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과 일부 부품을 제작·조립하는 기술은 갖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항공엔진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0여년 동안 외국 업체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항공 엔진을 생산해 왔고, 오는 4월 엔진 1만대 누적 생산을 달성하게 된다. 현재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엔진을 미국 GE사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제작하고 있다.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F-414 항공엔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전무)은 "정부가 최근 첨단 항공엔진을 포함한 가스터빈 엔진을 12대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로 선정한 만큼, 항공엔진 기술은 미래 방위산업을 이끌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라며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미래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았다.
또 이 전무는 "무인기 중심의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전투기 엔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국들로부터 엔진을 수입하지만, 무인기에 탑재되는 엔진은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규제에 따라 수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에 독자 개발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투기 엔진 기술이 자주국방은 물론, 미래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 항공엔진의 부품·소재, 정비 업체에 따르면 독자 엔진을 개발할 경우 국내 약 100개 업체가 수입품을 대체하고 독자적인 정비에 나설 수 있어서다.
아울러 민간 항공기와 해양, 발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파생형 엔진 분야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는 2040년 이후 연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다봤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역시 독자 엔진 개발 경쟁에 뛰어든 형국이다. 일본과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독자 엔진 개발을 사실상 성공한 가운데 최근 튀르키예도 미국 GE사의 F-110 엔진을 장착한 5세대 전투기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2028년부터 자체 엔진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선진국은 이미 6세대 무인 전투기 개발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화 △유무인 복합운용 △레이저 무기 탑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고성능 엔진이 요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첨단엔진 개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6세대 전투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엔진 확보다"라며 "앞으로 규격시스템, 소재 데이터베이스 등을 빠르게 확보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따른 기대효과도 크기 때문에 힘을 쏟는 것이 당연하다"며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