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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장기화에 제약업계 매출 하락 우려..."임상도 차질"

수술 지연으로 의약품 처방 감소...의대 교수 대상 영업·마케팅 전면 중단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4.03.18 17:58:59
[프라임경제]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제약업계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내 의약품 중 소비재인 수액이나 주사제, 봉합사 등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 

뿐만아니라 임상시험이 미뤄질 가능서도 제기되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사태 확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만 9000명 가까운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고가의 항암제 등 처방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제약회사들의 매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한 달 이상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먼저 직격탄의 대상이 되는 건 수술 관련 의약품이다. 수액, 마취약, 지혈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접수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사례 781건 중 수술 지연이 2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액은 부피가 크고 보관, 운송 등 물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술 취소 등으로 재고가 쌓이면 제조업체 부담이 알약 등 다른 제형의 의약품보다 훨씬 크다. 

마취약, 지혈제, 마약성 진통제 등의 제조·판매사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해당 품목에 집중된 제약사인 경우가 많아 의료공백으로 인한 매출 감소의 충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제약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종합병원을 담당하는 마케팅·영업 담당 직원들도 지난달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교수들이 메우는 터라, 일선 마케팅·영업 담당 직원들은 의대 교수들과의 대면 미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마케팅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대학병원 교수진 등을 대상으로 예정돼 있던 학회 및 심포지엄 등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음 정부와 전공의 갈등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 공백으로 병원 방문이 차단된 상태"라며 "주요 병원들이 수술이 줄어들고 있고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공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어 의약품 처방량 감소, 영업활동 제약, 임상시험 지연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의료대란이 4월 총선 이후에도 장기화 될지 여부를 지켜봐야한다"고 바라봤다.

이어 "전공의 등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수술 건수와 입원 감소로 마취제, 진통제, 수액뿐 아니라 의약품의 처방 건수도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주가 시작되는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총회 참석 후 퇴장하는 충북대병원·의대 교수들. © 연합뉴스


국내 임상 시험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진행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임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최근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환자 진료에 투입되며 임상시험승인계획서(IND) 작성과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사 등 임상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 IRB 심사는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며 연구대상자의 임상 연구 참여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임상시험의 진행 여부를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임상을 가장 많이 하는 빅5 병원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면서 국내 임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임상은 교수나 담당의들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임상이 지연되면 신약개발이 지연되는 것 뿐만 아니라 비용도 더 들어가기 때문에 제약사들에겐 부담이 된다.

이에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지난 4일 회원사인 제약·바이오 기업 149곳을 대상으로 '의료공백으로 인한 임상시험 애로사항 관련 조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5일 오전까지 긴급히 의견을 취합했다. 

바이오의약품협회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묻는 내용의 안내 메일을 통해 관련 의견을 취합했으며, 해당 내용을 지난 5일 정부에 전달한 상황이다. 조사 항목에는 △임상시험을 시작하지 못한 사례 △임상시험 중단 사례 △지연·중단 관련 의료기관명 △긴급히 해결 필요한 상황 △기타 현 상황 관련 애로사항 △제안사항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관계자는 "의료파업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임상 지연 등 내용을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0명 중 계약을 포기했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이는 1만1999명(92.9%)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약 9000명에 대해서는 지난 5일부터 순차적으로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하고 있다. 발송일로부터 20일 간 의견개진 기간을 거친 후 처분을 확정한다.

또한 최근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주가 시작되는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교수의 사직서 제출은 사실상 병원 내 핵심 인력이 나간다는 의미인 동시에 사실상 의대의 기능이 상실돼 본격적인 보건의료 사태의 파국을 의미한다.

교수들은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그 이후에도 정부와의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들 마저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정부가 풀어야만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한 발씩 양보해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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