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은 부산진성의 상징으로 남요인후, 서문쇄약이 새겨져 있다. ⓒ 래추고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프라임경제] 오랫동안 자성대공원으로 불렸던 부산진성이 원래 이름을 찾은데 이어,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의 가치를 복원해 부산시의 기념물이 아닌 보물로 승격시켜야한다는 지역의 여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우주석이란 집이나 성의 모퉁이 경계에 세운 돌기둥을 말하는데,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은 임진왜란 이후 옮겨 이진(移陣)한 부산진성의 서문 바깥쪽의 좌우 모퉁이에 경사지게 세웠던 것이 특징이다. 부산진성 서문 우주석 오른쪽 돌기둥에는 '이곳은 나라의 목에 해당하는 남쪽 국경이다'라는 뜻의 '남요인후(南徼咽喉)' 글자가 새겨져 있고, 왼쪽 돌기둥에는 '서문은 나라의 자물쇠와 같다'라는 뜻의 '서문쇄약(西門鎖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것으로 국토의 남쪽에 있는 부산이 국방의 요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임을 알리는 문구로 임진왜란 이후 국방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있다.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의 가치를 복원해 부산시의 기념물이 아닌 보물로 승격시켜달라는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래추고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정순태 이사장(좌) ⓒ 박비주안 기자
부산진성 이름되찾기 범시민운동에 앞장섰던 '래추고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정순태, 이하 래추고)에서는 지난 1월 2일부터 '우주석은 보물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우주석의 보물 승격을 위한 시민운동까지 전개해나가고 있다.
정순태 래추고 이사장은 "부산시 동구 좌천동 내 부산나병원기념비도 2020년 5월에 국가문화재로 등록되었고, 1943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부산 동구 수정동 내 일본식 가옥인 '문화공감 수정' 역시 2007년 7월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향토전자문화대전에서 건립연도가 1632년 이후로 추정된다는 조선시대 우주석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의 역사와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부산시 지정기념물로 지정되었던 것을 우주석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방과 국방안보의 교육 현장으로서 제 가치를 할 수 있도록 보물로 승격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래추고 측은 △우주석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 △우주석 제작시기 △우주석의 희소성 등 3가지 항목을 통해 보물 승격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주석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에는 "우리나라는 북쪽 국경과 남쪽 국경을 통해 침략하는 외세를 늘 대비해 와 '서문쇄약'의 뜻은 북쪽 국경을 '남요인후'는 남쪽 국경의 중요성을 담은 국가적 구호"라며 "특히 '남요인후'는 특별히 부산진성 서문성곽 우주석과 정발장군전망비, 수영의용단비에만 사용이 됐을만큼 서문성곽이 남쪽 국경의 핵심이다" 라고 설명했다.
래추고 측은 우주석 제작시기도 주목했다. 정 이사장은 부산진성 서문성곽 우주석의 건립연도는 1632년으로 추정한다했다. "근거는 '남요인후' 우주석 아래 壬申夏(임신년 여름)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임진왜란 이후 임신년은 1632년, 1692년, 1752년, 1812년이 있다"면서 "그런데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홍직필의 유고집인 梅山集에 부산진을 방문한 후 남긴 기록 안에 '見城門石面鐫南徼咽喉西門鎖鑰八大字'(순조 11, 1811년 9월)의 기록과 1761년 경상좌수사가 박재하가 영가대에 세운 '충장공정발전망비'에 釜鎭乃我國南徼之咽喉라는 기록이 남아 있어 1812년 임신년 이전에 이미 우주석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1704년 부산진첨절제사 이상황은 부산진성 서문을 수리하고 관련 기록을 남겼는데, 서문을 '홍예문'으로 바꾸고 누각을 설치하였으며 훼손되어 있던 여장을 수리했다는 기록에서 여장 구조물 아래 성벽 모퉁이에 매립된 우주석의 구조로 보아 당시에도 우주석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면서 "이 내용들을 합치면 '남요인후' 우주석의 '임신하' 기록은 1632년으로 좁혀지는데, 1632년은 두모포에 다시 왜관을 허용하면서도 일본의 재침략을 경계하던 시기로 북으로는 청, 남으로는 일본을 경계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주석을 세운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래추고는 우주석의 희소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우주석에 대한 자료를 보면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석물이 있지만, 이 우주석은 왕릉의 네모진 봉분의 각 모서리에 세워진 석물이지, '성문'의 모퉁이에 세워진 우주석은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이 유일하다"면서 "엄중한 국제정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주국방에 대한 선조들의 강한 의지가 담긴 문화재로 해석해 국가등록문화제로 승격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래추고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부산 동구 뉴딜 도시재생 추진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마을관리를 위해 주민을 조합원으로 구성,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받았다. 이들은 한복 염색 및 문화체험과 지역특화상품 개발・판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교육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