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 18대 국회가 가을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5일 3개 원내 교섭단체들은 정기국회 일정을 도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등 앞으로 남은 일정을 치르는 데 당마다 알게 모르게 어려움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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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이 많아 이들의 의정 활동을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이번 18대 국회에서 초선은 134명. 이미 한 번 국회 생활을 해 본 재선 의원들도 합치면 3,4선 이상의 노련한 정치인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난 총선 직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불어닥친 공천 개혁 바람으로 인한 대규모 인적 개편 때문으로, 다선 의원이 많이 세대 교체돼 롤 모델을 삼을 만한 정치인,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인도 많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초재선들이 채우게 된 셈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아직 당이 계파별로 화학적 결합을 완전히 하지 못했다거나, 주류 중심으로 당이 운영된다는 논란, 청와대에 당이 끌려가는 면이 관찰된다는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 역시 '촛불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난타당하면서 잃은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총선에서 기사회생을 했지만, 역시 촛불 정국에 대응하는 논리를 정확히 세우지 못해 원외 정치에 말려들어 정치적 동력을 오히려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국회 정상화 합의 과정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합의를 한 것도 원외 정치를 플러스가 되는 방향으로 병행할 리더십이나 저변을 갖추는 데 아쉬움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새로운 리더십 완성 전, 초재선이 알아서 잘 해야 하는 시스템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야를 10년만에 교체해 앉게 되면서, 서로 역할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당을 장악한 수뇌부 인사들 역시 아직까지 풀어보지 못한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문제상황에 대처하느라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도에서 고전한 감이 크다.
민주당은 민주당 대로 총선을 치르는 데 진이 빠진 체제를 정세균-원혜영 호가 물려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추미애 당대표 후보와 정세균 대표 당선자 사이에 갈등을 드러내는 등 방황했고, 한나라당은 박희태-홍준표 호가 출범했지만 여의도식 정치에 거부감이 아직도 큰 청와대의 입김이 클 수 밖에 없는 정권 초기라는 점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정치적 환경이 이미 삼김 시대가 종결된지 십여년이지만, 강한 리더십 문화와 수평적 정치리더십 문화 사이에서 정립된 모델을 갖지 못한 채 매 선거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해 온 것도 10년만의 여야 교체에서 100% 정확한 국회 위상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촛불 정국에 이어 경제 위기설이라는 문제를 연이어 받아 들게 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개점 휴업' 상태가 된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다. 리더십을 발휘할 인적, 물적 토양에 비해 너무 어려운 정치적 문제들을 받아든 18대 국회는 초재선 의원들이 정치를 배우기에는 척박한 토양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 초재선 의원들이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초선으로 입문한 정치인 중 상당수가 이른바 MB라인. 이들이 대거 입성한 국회 상황으로 지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 같은 친이 대 친박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초선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에는 구도도 어려울 뿐더러, 이들 스스로도 정부 당국과 여당만의 목소리를 만들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는 데 한게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대선 패배 후 기사 회생을 한 뒤 당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치르면서, 구 민주당과 구 대통합민주신당 간의 조화 문제, 그리고 이를 위한 지분 정리 문제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 경남 지역의 반발 등 초재선 정치인들이 일을 배울 시기가 낭비된 것은 물론이다.
◆ 초재선 같지 않은 '슈퍼 주니어'들이 경제살리기 초점
이제 정기 국회를 맞이하면서 초재선 의원들은 풀가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다가오는 국정감사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첫 종합 건강 검진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역할론에 기대가 큰 상황인데, 이에 앞장설 의원들이 여야 모두 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3선 이상의 경험과 판단력이 충분한 고참급(시니어급, Senior)들이 충분하게 치고 나서는 뒤를 초재선이 따르는 원래 구도를 구성하기에는 고참급 정치인도 부족하고, 뒤를 받칠 초재선들의 역량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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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국 의원> |
우선 민주당의 슈퍼 주니어로는 이용섭 의원과 최철국 의원 등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경력에 비해 대표적으로 선전하는 인사다.
최철국 의원은 서울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친 관료 출신. 김해 지역구 출신으로 17대부터 국회를 지킨 재선이다. 지역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을 끼고 있는 데다가,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결집을 외치는 등으로 인해, 친노 색깔이 있는 정치인으로 분류된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성실한 의정 활동과 함께, 이후 18대 국회 들어서면서부터는 민생대책특위 활동을 통해 관료 시절 다진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가을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불법 대부업체(사채업체) 단속을 위한 대부업피해구제센터 신설을 추진하는 등 민생 경제를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원래 대부업법 규제는 지난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것. 그러나 내용을 충분히 채워 완성하기 전에 민노당이 당 분열과 총선에서의 당세 축소 등을 겪은 공백을 최 의원이 전문성으로 메꾸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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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의원> | ||
현재는 장관을 두 차례 지낸 배경을 무기삼아(행자부, 건교부) 집요하게 관계부처 관료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이윤호 지시경제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면서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 공개를 몰아세우다 못해, 아에 관계법령 개정에 나섰다. 최근에는 추가경졍 예산 편성에서 법적 요건이 많지 않는다는 이유로(긴급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거 삭감을 공언하고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고 있어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해 정책 논쟁을 시도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한나라당 율사 출신 의원들의 일반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의욕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의원. 재선으로,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한나라당이 정체를 겪고 있는 데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율사 출신 정치인들의 매너리즘에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을 거쳤고, 상황실장으로 대선을 치러 대선 공신으로 분류되지만 계파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영역에 초점을 두고 경제난 타개를 우회 지원하고 나섰다.
고유업종제도가 전면 폐지돼 중소기업들이 난관에 봉착할 것을 주목한 이 의원은 지난 28일 '대·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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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의원> |
◆ 지속적 업그레이드 도울 정치 시스템 절실
그러나 이렇게 초재선 의원들이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를 지원해줄 각 정당의 활동이 더 필요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각자 자신들이 쌓아온 원외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정치권이 갖고 있는 공백을 메꾸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실이지만, 이는 대다수 경륜이 짧은 정치인들이 쉽게 벤치마킹하기에는 어렵다.
더욱이 이들의 경력과 관심사가 경제 영역이라는 점에서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 두드러지게 어울리는 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때 쇄신을 외친 진보정치계의 천신정 그룹(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신기남 전 대통합민주신당 사무총장,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대선후보)이나 한나라당의 남원정 그룹(남경필 의원, 원희룡 의원, 정병국 의원) 등이 현재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잊혀지고 있는 상황이나, 한때 율사 출신들을 영입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던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경제전문가 띄우기' 면이 없지 않다.
즉 그간 외부의 '젊은 피'를 수혈해 쓰고는 금방 잊고 인재를 버리고 마는 정치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들의 역량 발휘가 꾸준히 이어지고 다른 영역으로도 발전해 나가도록 당이 돕는 윈윈 관계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크다.
즉 이들의 역량을 당장 받아들여 활용하고 필요 이상 부담을 주다가 빨리 소진되는 경우를 방지하도록, 각당이 이들 특이한 초재선 그룹의 에너지를 업그레이드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제시해 줄 필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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