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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 'RSU' 승계 "환갑돼야 한화 지분 1%"

"총자산 230조원 그룹 RSU 승계, 200년 걸리는 구조"…한화 'RSU 제도' 전 계열사 확대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4.02.07 14:54:55
[프라임경제] 한화(000880)가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를 향한 첫 걸음으로 성과급 제도부터 손보기로 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화가 7일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보상 제도로 알려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해서다.

한화는 지난 2020년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5년에서 최대 10년간 이연해 지급한다. 현재까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솔루션(009830) 등 계열사 임원에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던 것을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SU는 연말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즉,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닌 주식 자체를 주는 것이다.

RSU 제도는 스톡옵션 제도가 전문경영인이나 핵심경영진들이 단기간에 높은 실적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받은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 회사를 떠나는 일명 '먹튀'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 도입한 뒤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적극 활용 중이다.

일반적으로 RSU는 임직원의 장기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미래의 성과 창출까지 고려해 부여하기 때문에 연초 보직 부임 시 지급을 약정한다.

RSU는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의 실적·가치가 올라 주가가 오를 경우 실제 주식을 받게 될 시점의 보상 역시 주가와 연동해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급 받는 시점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경우 보상의 규모가 작아질 수 있고 임직원의 책임 여부 등에 따라 지급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에 한화는 △임직원 설명회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 과정과 법적 검토 등을 거친 뒤 임원은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팀장급 이상 직원은 현금 보상이나 RSU 보상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RSU 선택형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조택영 기자

RSU는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성장에 집중하면서 1~2년 단기성과가 아닌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높은 성과급을 노리고 단기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행위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RSU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이다.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장기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 지속 가능한 회사 성장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회사는 RSU 지급을 위해 자기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어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또 국내외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도 국내 기업 주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한화는 최고 경영진에게 다른 임직원보다 긴 10년이라는 가득기간(vesting period)을 둬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경영을 더 강화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RSU가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RSU가 현행법상 대주주에게 부여할 수 없는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게도 지급될 수 있어,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승계를 위해선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아 활용하는 것이 RSU보다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한화의 경우 매년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RSU 지급을 결정하고, 선제적으로 법에 따라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또 성과급이 없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RSU 제도에 따라 실제 취득하는 한화 지분은 환갑이 돼서야 1%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RSU 부여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다른 임직원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RSU 확대 적용은 임원들의 '먹튀'를 막고 책임경영을 확대하는 목적으로 봐야 한다"며 "총자산 230조원 그룹을 RSU로 승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200년이나 걸리는 구조다"라고 했다.

손명수 한화솔루션 인사전략담당 임원은 "RSU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 보상 시스템이다"라며 "회사의 장래 가치에 따라 개인의 보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임직원, 주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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