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러 논란에도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군이 회사 안팎 인사 6명으로 압축됐지만, 잡음이 여전하다. '해외 호화 이사회 의혹'에서 시작된 논란이 '최정우 회장 심사 개입설'로까지 번져서다.
이런 가운데,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에게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 내부 보다는 외부 인사 기용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인데다 '권영수'라는 인물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005490)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지난달 31일 8차 회의를 열고 심층 면접 심사 대상자인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맨들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제외됐다.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만큼, 인사 발탁에 부담이 컸던 탓이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꺼낸 카드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다.
아울러 이들과 경쟁하는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비롯해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004020)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포스코그룹은 4대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면 전부 내부 인사가 기업을 이끌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역시 △조직 안정 △불확실한 업황 △전문성 등을 감안할 때 전·현직 포스코맨이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기존 관례에 따른 순혈주의인 셈이다.
문제는 △후추위 사외이사 △현 경영진 △후보군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사법리스크 부담이 커지는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인 탓에 내부 인사 기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가 "포스코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캐나다·중국 등에서 거액을 들여 호화 이사회를 벌였다"며 경찰에 고발해 시작된 수사는 40억원 규모인 포스코의 별장을 사외이사가 이용했는지 여부도 확인하는 내용으로 확대됐다. 경우에 따라 내부 후보들이 차기 회장 적합성을 판단하는 심사와 수사를 동시에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가 후추위의 파이널리스트 논의 과정에서 최정우 회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해 심사 개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인선 검토작업이 진행되는 후추위 회의장에 불법적으로 방문해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후추위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 보다는 외부 인사 기용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후보자 중 한명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포스코에 적절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철강 업황 불황 등으로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신사업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이라 배터리 사업 등 신사업에 혜안을 갖은 인물이 필요해서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를 자신들의 미래라는 기조 아래 다양한 전략들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 배터리 소재 매출 목표를 기존보다 51% 상향조정한 62조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향후 2년간 전체 투자액의 46%에 달하는 20조원을 배터리 소재에 쏟으려고 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 LG에너지솔루션
마침 권영수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선두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지난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 부임한 뒤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내 시총 2위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을 보여줬고, 200조원 안팎이던 수주 규모를 3년 만에 500조원까지 늘리기도 했다.
물론, 권영수 전 부회장이 LG에서만 총 44년간 몸담은 '정통 LG맨'인 탓에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그는 1979년에 LG전자에 입사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등의 주력 사업을 이끌어 왔다.
뿐만 아니라 철강 분야와는 인연이 없는 탓이다. 포스코그룹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철강에서 나오는 등 여전히 철강업이 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본원 경쟁력을 강화해야 신사업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그는 LG그룹에서 '재무통'으로 불려왔던 만큼 포스코그룹 수장으로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포스코그릅의 계열사 포스코퓨처엠(003670)과 LG에너지솔루션이 양극재·음극재를 거래하는 사이었기에 권 전 부회장의 DNA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 전 부회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이 될 경우 LG와의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재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시장구조상 갑을 관계라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 사령탑으로 오를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시선이다.
한편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오는 7~8일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다. 차기 회장 후보 선임안은 3월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