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독과점 우려가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를 담은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같은 외국 기업은 실질적인 규제가 어렵고,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아예 규제 대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 정부안에 담길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법안 내용은 내달 공개될 전망으로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각종 반칙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영향력이 큰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매출액·이용자 수·시장 점유율 등 정량 요건과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 해당 시장의 진입장벽 같은 정성 요건까지 고려할 방침이다.
또, 최혜대우·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행위를 제한하고 금지사항을 어긴 플랫폼은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구글·애플 등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배적 사업자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쿠팡·배달의민족은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외 기업들의 실제 플랫폼 관련 매출이 국내에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 공정위가 규제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외국에 본사를 둔 탓에 제재가 어렵고, 통상 문제로 비화될 경우 규제가 힘들 수 있다는 것. 국내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규제 예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 선정을 위해 매출액과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분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해외에 서버가 위치한 글로벌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는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만 규제하는 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 소상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 106명을 대상으로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2.8%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플랫폼 스타트업의 경우 54.4%가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플랫폼 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구체적 영향을 묻는 문항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 거래 규모가 크거나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받게 된다면 J커브를 그리던 성장동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50.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받는 사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될 것'(45.3%), '규제가 적용될 대상의 기준이 광범위해 어떤 스타트업이 규제 대상이 될지 명확하지 않아 항상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39.6%), '스타트업이 플랫폼 기업을 통해 엑시트(exit·기업공개나 인수·합병 등을 통한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하거나 투자받기 어려워질 것'(32.1%)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계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
미국상공회의소(이하 미 상의)는 29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 상의는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 © 연합뉴스
미 상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유사 규제 논의를 긴밀히 주시해왔다면서 "이들 플랫폼 규제안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 상의는 "한국 공정위가 이 정도 규모의 조치에 필요한 투명성과 열린 대화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미 재계 및 정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측은 "플랫폼법 제정 추진 과정에서 미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한 바 있으며 지난 1월 11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미 상공회의소와 그 회원사와 간담회를 실시했다"며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