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그룹과 OCI(010060)그룹 통합을 두고 오너 일가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가현문화재단 지분을 통합에 활용할 경우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가현문화재단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008930)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에 한미 측은 가현문화재단 자산매각은 문화체육부 승인 등을 받은 사안으로 위법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 정정공시를 통해 주식 거래 당사자 중 임주현 사장의 자녀 2인 대신 가현문화재단으로 변경했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4.9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가현문화재단에 지분 4.90%를 상속했다.
이에 따라 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73만8262주를 OCI홀딩스에 매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송영숙 회장 측도 향후 지분율 경쟁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많다.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있는 가현문화재단의 지분을 낮추고 의결권 행사가 자유로운 손주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남겨뒀다는 이유에서다.
세부 변동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체 주식 양수도 규모가 동일한 만큼 기존 송 회장의 손주 지분에 대한 몫을 가현문화재단이 감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현문화재단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고(故) 임성기 회장의 상속자산으로 지난 2002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송 회장이 대학 시절부터 사진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만큼 사진을 통한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고자 세운 것이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의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가현문화재단의 사업내용이 '문화예술 자료의 수집, 보존, 관리 및 전시 사업' '문화예술인 및 문화예술 관련 기관 지원 사업'이라는 점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이같은 공익적인 활동이 아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왼쪽) 및 OCI 본사 전경. © 한미약품
투자업계 관계자는 "명목적으로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문화재단이 경영권 분쟁에 활용되는 상황"이라며 "문화재단의 실체가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는게 목적이었다는 것이 이번 사례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미 측은 가현문화재단 자산매각은 문화체육부 승인 등을 받은 사안으로 위법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이미 작년에 자산 매각에 대한 이사회 의결과 문체부 승인을 마쳐 아무런 위법 사항이 없다"며 "가현문화재단은 수년간 누적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3년 3월24일 자산 매각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마쳤으며,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3년 4월17일 자산 매각을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산 매각 승인 조건으로 '재단 부채상환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 금지'를 명시했으며, 가현문화재단은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수취한 자금을 재단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미 측의 주장에도 배임이슈는 여전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먼저 계약시점과 계약서 변경 시점의 주가변동이다.
계약 금액의 변동 없이 계약 당사자만 변동한 것으로 공익재단에 직접적으로 손해를 야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배임 이슈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계약을 공시한 12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3만8000원대였으나 15일 정정공시 이후 4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 공시한 12일의 계약당사자는 가현문화재단이 아니었고, 15일 정정공시를 통해 계약 당사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가현문화재단의 경우 12일을 기준으로 계약당사자가 됐다. 15일 기준 가격으로 계산을 해야하는데 12일 기준으로 계약이 이뤄진다면 낮은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지게 된다. 상장사였다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도덕적 이슈도 여전하다.
가현문화재단은 선대 임성기 회장 작고 이후 가족간의 합의에 의해서 상속재산의 일부를 재단에 공동출연한 것인데 최근 해당 거래에 가현문화재단의 자산을 매각하는데 있어 가족간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 특히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에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현문화재단이 매도한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은 선대 회장님의 모든 가족분들이 공동으로 상속받은 재산으로 기부한 것인데, 일부 가족분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처분이 됐다"며 "다른 재단의 경우, 재단의 자산은 공익목적이기 떄문에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