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살길 찾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 중 나 홀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이 위기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속 성장을 이어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의 실적은 둔화가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들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평균 13%로 예상됐다. 2022년 80.8%, 2023년 40.7%(추정)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대폭 둔화됐다.
배터리업계의 성장 둔화는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직결된다. 전기차시장에 일정한 제동이 걸린 이유는 충전인프라 부족과 배터리 가격 부담 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더욱이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시장 성장률을 기존 추정치보다 4%포인트 낮춘 20%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3382억원이다. 이 중 2501억원이 미국 정부 지원금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1.1%. 같은 기간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3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K온의 상황이 심각하다. 2021년 10월 출범 후 매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4분기 3098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 861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 폭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흑자는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흑자전환 시기를 4분기로 점쳤지만, 좀처럼 뒷받침되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 흑자전환 시점은 당연히 불투명해졌다. 업계는 SK온이 많게는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SK온은 성장을 위한 승부수로 다양한 폼팩터(형태) 개발을 내세웠다. 단일 폼팩터만 양산하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 고객사 니즈 다변화에 대비해 수주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최근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달라 3가지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며 "케미스트리(소재)도 여러 가지 개발해 고객 기반을 넓히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생산해 온 SK온은 각형 배터리를 시작으로 원통형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고자 한다. 현재 SK온은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각형은 알루미늄 캔을 외장으로 사용해 구조적 안정성이 높다. 원통형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고용량·고에너지인 것이 특징이다. 크기가 규격화돼 있어 범용성이 넓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SK온 관계자는 "폼팩터 3개를 다하는 국내 업체는 사실상 없었는데, 니즈가 바뀌면서 다양한 폼팩터를 요구하는 실정이라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몰두하고 있다"며 "다양한 케미스트리 역량도 갖출 예정이라 추가 고객 확보와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춰 주요 생산 거점의 스마트 팩토리화와 원재료 조달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에 더해 고전압 미드니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삼성SDI는 프리미엄 라인에 주력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최근에는 전고체 개발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이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시장이 주춤하고,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생존 전략 짜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이뤄져야 많은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