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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에서 열린 '취재하는 작가' 츠보이 아키라 展

위안부·후쿠시마 소재로 연작 그려낸 일본 작가, 첫 개인전 성료

박비주안 기자 | lottegiants20@gmail.com | 2023.12.26 15:33:00

23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설명하고 있는 츠보이 아키라 작가. ⓒ 박비주안 기자

[프라임경제] 201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일본인 작가로 큰 주목을 받았던 츠보이 아키라 작가가 첫 개인전 'Back to_'를 26일 마쳤다. 그가 선택한 첫 개인전 장소는 부산 동구 수정동 산복도로 위에 위치한 '제이 작업실'. 구불구불한 산복도로를 올라가다 어느 골목길 앞에서 2층 양옥집을 발견했다. 2층 아틀리에로 들어서니 벽에 가득찬 츠보이 아키라 작가의 연작 그림들이 반겼다.

지난 23일 오후 제이 작업실에서는 '아티스트 토크' 시간이 열렸다. 작가는 토크의 상당 부분을 '남태평양 비핵지대 조약(라로통가 조약)', '런던 조약' 등 시간 순으로 진행되어 온 해양 핵 실험 및 핵 폐기물 금지 조약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어려운 이야기들을 시간 순서대로 외워 말하는 츠보이 아키라 작가는 취재하는 르포 기자에 가까웠다. 

츠보이 아키라 작가는 일본 도쿄에서 기자인 아버지와 디자인을 하시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후쿠시마 주재 기자였던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시절부터 후쿠시마에서 보냈다. 그는 학창시절을 후쿠시마에서 보낸 후 다시 도쿄로 돌아갔지만 그에게 후쿠시마란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2011년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그에게 고향을 잃은 것과 다름 없었다.

많은 감정들이 뒤섞인 상태에서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민낯과 정면으로 마주쳐야 했다. '더 이상 매립할 곳이 없어 해상 방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던 정부의 방침과 '허허벌판으로 남았지만 기꺼이 본인들의 땅을 제공해주겠다'는 후쿠시마 사람들이 있었다는 괴리감에 작가는 괴로웠다고 전한다. 

이어 작가는 코로나 당시 방역체계의 수장이었던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이 나와 매일매일 코로나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던 것이 부러웠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들을 향해 전문가도 아닌 코메디언이 방송에 나와 그들의 우려를 개그로 소개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수 방류라는 초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아니라 개그맨의 입을 통해 조롱하듯 방송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츠보이 아키라 작가의 '무주물-급식' ⓒ 제이작업실 제공


작가는 그림의 제목을 '무주물'로 정했다. '원전 사고는 일어났지만 책임지는 주인은 없다'는 뜻의 작가의 문제 의식을 담은 말이다. '무주물'에는 아무 잘못 없이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도 함께 담아냈다. 사고 이후에도 생계를 꾸려야하고, 급식을 저항없이 받아야하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작가는 '무주물' 외에도 원전 사고 전의 일본을 그린 그림도 함께 전시했다. 디자인을 하시던 어머님의 영향을 받아 일본 특유의 색감과 무늬들이 눈에 띈다. 

3년 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부산에 정착한 일본인 츠보이 아키라 작가는 영도 바다를 내려다 보며 고향 일본을 그리워한다. "저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이방인' 같습니다"고 말하는 작가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가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21일간의 개인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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