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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유 결산] 유가 따라 널뛰는 실적, 탈정유 가속화

실적 개선마다 정치권 횡재세 논의…성장 사업 선제 투자 '미래 먹거리 확보'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12.21 15:39:17
[프라임경제] 올 한해 정유업계는 언제나 그렇듯 외부요인 때문에 감정이 복잡 미묘했다. 업계 특성상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수밖에 없어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많이 받아 실적 급등락에 대한 고심이 깊어서다.

여기에 더해 실적이 좋아질수록 정치권에서 이익에 대한 초과이윤세를 부과하자는 일명 '횡재세' 도입 목소리가 커져 곤혹을 치렀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될 때마다 혜택이 정유사에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정유사들은 여러 논란을 불식시키고, 유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사업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즉 탈정유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성장하는 사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에 벌어진 국내 정유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온탕 냉탕 오가는 정유업계…계속되는 횡재세 논의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총 1조403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든 지난해 상반기와 전혀 다른 성적표다. 12조3204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88.6%나 급감했다.

특히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HD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각각 361억원, 3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겨우 면했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추락한 핵심 이유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서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정유 업황이 안정세를 찾지 못한 영향이다.

각 정유사 유조차들. ⓒ 연합뉴스


지난해 2분기 100~120달러를 넘나들었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2분기 60달러대까지 급감했다. 국제 유가 하락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 재고분의 평가가치 손실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2분기 내내 손익분기점인 4~5달러대에 머물렀다. 월평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6월 24.5달러에 달했지만, 지속 하락해 올해 4월 3.5달러대로 떨어졌다. 이후 평균 정제마진은 소폭 반등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3분기 들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반짝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 4사는 합산 3조9464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문제는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3분기 등 실적이 상승할 때마다 정치권에서 이익에 대한 초과이윤세를 부과하자는 '횡재세' 도입을 외쳤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밝힌 말이다. 정유업계는 실적이 개선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횡재세 논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정유사들이 적자를 이어갈 때는 모르는 체하더니, 실적이 반등하니 횡재세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있다. 이는 포퓰리즘적인 행동이라 볼 수밖에 없다."

또 국내 기업과 해외 석유사업자를 동일하게 보는 것부터 시각의 오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횡재세를 도입한 유럽 등 국가의 석유기업은 원유 시추부터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온 뒤 정제해서 판매하기에 유가·환율 등 요인에 따라 부담의 폭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연일 하락 중인 국제유가 영향에 따라 4분기에 정유업계가 암울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횡재세 명분이 약해졌다. 널뛰는 국제유가에 따라 정유사의 영업이익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이러한 정치권의 주장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벌써 7번째' 유류세 인하…내년 2월까지

정부가 연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최근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하향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에 대응하고, 민생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한시 시행으로 도입됐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7번째 연장된 모습이다. 지난 2021년 11월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6개월 한시적으로 시작한 후 지난해 5월에는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고, 두 달 뒤인 7월에는 탄력세율을 동원해 37%까지 늘렸다.

올해부터는 휘발유 인하 폭을 25%로 일부 환원했고, 이후 해당 조치를 추가로 세 차례 연장해 올해 12월까지 적용했다. 이번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25%인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과 37%인 경유와 LPG 부탄 인하율이 내년 2월까지 유지된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 조택영 기자


당초 정부는 지난 4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산유국 단체인 OPEC플러스(+)가 갑작스럽게 원유 감산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결국 막판 당정 협의 과정에서 4개월 연장이 결정됐다.

이후 국제유가는 내림세를 보이다가 해당 조치의 존폐를 결정해야 했던 8월에 또 오르면서 다시 2개월 연장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10월에도 2개월 늘어났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지속되자 혜택이 정유사에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귀착이 되고 있다고 이를 정면 반박했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연장 조치가 이뤄지자, 내년 총선을 앞둔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이러한 오해가 있을까 봐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관성 있게 2개월 더 상황을 보기로 한 것이다"라며 "좀 더 종합적으로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연료·주유소 활용…신사업 발굴 분주

정제마진 등락에 따라 실적이 하늘과 땅을 오가며, 정유사에 대한 여러 비판이 빗발치자 정유업계는 탈정유로 방향을 틀고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GS칼텍스 내곡주유소 내 스마트MFC 전경. ⓒ GS칼텍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자 정유사들이 친환경적인 바이오 연료를 사업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화석연료가 아닌 곡물이나 식물, 나무 등의 폐기물에서 추출된다. 친환경 소재에서 연료를 뽑아내기에 탄소배출 감축에 효과적이다. 생산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정유업계가 바이오 연료 사업에 나선 것은 수익 창출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필수적이어서다.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패널티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정유업계는 주유소 폐업이 증가하자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연료전지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국내 주유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도심형 물류시설(MFC) 서비스를 하거나, 게임 테마로 꾸며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탈정유와 주유소 폐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 신사업 발굴·육성에 분주한 모습이다"라며 "내년에도 여러 변화를 줘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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