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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울산 ARC로 화학 산업 '르네상스' 이끌 것"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기공식 앞 기자간담회 "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11.15 17:39:50
[프라임경제]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또다시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화학 산업은 이미 서든 데스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SK지오센트릭의 새로운 미래는 화학 산업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울산 ARC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사업 혁신을 이뤄내겠다."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국내 화학기업들이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증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SK지오센트릭이 이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기후위기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환경에 기여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을 비롯해 글로벌 파트너사인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캐나다 Loop사 CEO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미국 PCT사 CEO △잉 스테이튼(Ying Staton)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사 부사장 등 각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울산 ARC 의미와 목표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경수 사장은 "화학 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 산업의 르네상스(Renaissance)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재생, 부흥(부활)의 개념인 르네상스를 플라스틱에 적용,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고 화학 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다.

나경수 사장은 지난 2020년 SK지오센트릭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초의 화학공장인 납사분해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중지했던 일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NCC는 1972년 가동을 시작, 회사의 상징이자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은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변화를 기업문화에 적용하기 위해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지구중심적 의미)으로 변경했고 회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플라스틱 재활용, 고기능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기존 대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다"라고 했다.

SK지오센트릭 울산 ARC의 경쟁력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약 9%가 처리가능한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해 국내 환경문제 해결에 먼저 기여하고, 추후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경수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전망도 부각됐다. 나경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으며 생산될 물량의 30% 가량이 선 판매 협의 단계다"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는 시장이며 빠르고 확실하게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파트너사 CEO들도 자사의 기술력과 울산 ARC와 함께할 미래 성장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사장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조택영 기자


다니엘 솔로미타 캐나다 Loop사 CEO는 "SK지오센트릭과 울산 ARC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SK지오센트릭은 루프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다"라고 했다. 

Loop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한다.

솔로미타 CEO는 "SK지오센트릭 그리고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SUEZ)와 프랑스 생타볼(Saint-Avold) 지역에 부지 선정을 완료한 상태다"라며 "100% 무한 재활용 가능한, 새로운 플라스틱 수준의 재활용 페트(PET)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는 2027년 시운전이 목표다.

더스틴 올슨 미국 PCT사 CEO는 "한국은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PCT의 기술 시설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 판단한다"며 "SK는 제조업계 글로벌 리더이며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대해 당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올슨 CEO는 "PCT는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잔여물(오염물질·색·냄새 등)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별이 불가할 정도로 동등한 품질의 초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로 폐비닐 등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으며, 2016년부터 스페인에서 공장을 운영 중으로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잉 스테이튼 부사장은 "울산ARC 구축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매립, 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스테이튼 부사장은 "한국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분야에서 놀라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중심으로 향후 아시아 및 글로벌 지역에서 최고의 기업이 될 것으로, 플라스틱 에너지는 당진 제2열분해 공장 건설 등 추가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쉽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SK지오센트릭은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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