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전을 두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이는 한화오션(042660) 거제사업장에 가장 크게 내걸린 문구다. 이 문구처럼 거제사업장에서는 모든 작업이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7일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서 기자단 현장 방문 행사를 열고, 친환경·디지털 선박기술과 스마트 야드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우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4척의 뱃값만 해도 1조원이 훌쩍 넘는다고 설명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도크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가득했던 곳이라고.
현재 한화오션은 LNG운반선에 집중하고 있다. 선박 수주잔량 99척 중 LNG운반선의 비율은 66%(65척)에 달한다. LNG운반선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보다 수익률이 높다. 거제사업장의 생산현장이 수익성 높은 선박 건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LNG운반선뿐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미래 친환경 선박을 △연구 △개발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의 집약체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기술 수요에 대응해 미래 조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근간은 거제사업장에 있는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다. 두 곳 모두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에서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는 모습. ⓒ 한화오션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조선소는 아직 이러한 자체 실험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LNG, 암모니아 등 친환경 추진연료 신기술 개발과 친환경 운반선(화물창)과 관련한 기술 개발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한화오션의 핵심 연구시설로 분류되는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지난 2015년 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액화 질소를 이용한 모사 실험이 아닌, 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개발품의 성능시험과 기술 검증을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LNG의 재액화 또는 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액체 이산화탄소 화물을 관리하는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여러 연구 및 실증설비를 통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꾼 LNG 재액화장치는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실증을 거친 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도 했다.
LNG운반선에서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운송 중 기화해서 증발한다. 기존 선박에서는 기화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태워버려야 했다. 그러나 재액화장치는 이런 증발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꾸는 장치다.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장치가 적용됐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슬로싱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선박으로 액체 상태의 화물을 운반할 때 액체가 선박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슬로싱이라 한다.
슬로싱 현상 때문에 화물탱크 벽면에 충격이 가해지는데, LNG와 같은 극저온의 화물이나 암모니아와 같이 독성을 함유하는 액체가 화물탱크를 깨뜨리고 유출된다면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선박의 안전은 물론 비용 증가 문제로 인해 슬로싱 현상에 대한 연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실정이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이와 같은 슬로싱으로 인한 선박 피해 최소화 기술을 확보,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운송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선주사의 물류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슬로싱 연구센터에서는 LNG운반선 화물창에 대한 슬로싱 연구 외에도 9만8000㎥급 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 화물창과 액화이산화탄소(LCO2) 화물창의 슬로싱 하중 평가를 수행하며 다양한 액화 가스 운반선 화물창 하중 해석 기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향후에는 친환경 연료로 부각될 암모니아와 액화수소에 대한 슬로싱 하중 평가도 수행해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수소 운반선 등 친환경 운반선 개발 분야를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한화오션은 스마트 야드 실증센터와 생산혁신 연구센터를 선보였다. 이곳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스마트 조선소로 만드는 핵심 시설이다.
기존 사람과 경험 중심의 생산에서 데이터와 로봇 기반의 디지털·자동화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장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숙련직 생산 인원 감소에도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이 그리는 미래 스마트 야드의 모습은 △연결화 △자동화 △지능화다. 생산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수집·공유, 거제사업장 임직원 모두에게 '연결'해 현장 상황을 누구나 한눈에 볼 수 있고 필요한 정보는 바로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이어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 설비들은 힘든 노동을 대체하거나 어려운 작업을 도와준다. 자동화 설비가 사람의 육체노동을 돕는다면, '지능화' 기술은 작업자의 행동을 분석해 여러 위험 요소를 예방하고 줄여 더욱 안전한 사업장을 구현한다.
한화오션의 디지털 생산센터는 한화오션이 추구하는 스마트 야드의 거점으로 지난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설립된 곳이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공항의 관제탑 같은 개념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490만㎡)에 달하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일일이 돌아다니거나 전화로 확인하지 않고도 거대한 생산 현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건조 중인 블록 위치와 생산 공정 정보 현황 등을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육지에서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각종 생산 정보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상 상황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 시운전센터는 해상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시운전 중인 선박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 인력이 예인선이나 헬기를 타고 해상에 있는 배로 직접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 엔지니어가 원격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시간으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시운전 기간을 단축,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자동화에도 진심이다.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생산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화오션이 지능형 생산혁신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생산 현장에서 용접·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협동 로봇을 비롯해 총 10여개 분야 80여개에 달한다.
또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현장 전반에 걸쳐 구축된 자동화 라인을 최신 인공지능(AI)·센서·IoT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화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위험도가 높은 작업 분야인 선행 전처리 및 도장 분야를 중심으로 자동·무인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후행 공정 분야에도 조선업 최초 무레일 용접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전선 포설 자동화 장비 개발 성공 및 현장 보급으로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 올리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선소, 데이터로 일하는 스마트한 조선소 문화가 어우러진 'Green & Smart Shipyard'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