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윈저글로벌' 인수를 검토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게 되면 위스키 라인까지 갖춰지면서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잇단 위스키 사업 실패 사례가 윈저 인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이트진로의 윈저 인수와 관련해 업계의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엇보다 하이트진로가 윈저의 진정 매수자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윈저글로벌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윈저글로벌은 기존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분사한 윈저 사업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7월 윈저 위스키 사업부를 떼 낸 독립법인인 '윈저글로벌'을 설립했다.
당시 윈저는 사모펀드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매각 계획이 최종 불발돼 디아지오 산하 법인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 디아지오 측이 하이트진로에 윈저글로벌에 대한 인수를 제안하면서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매각가 2000억 수준...자금 조달 방안 '관심'
윈저글로벌의 매각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2000억원 수준이다.
2000억원 중 절반인 1000억원은 키움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700억원은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 나머지 300억원은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서영이앤티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윈저글로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 윈저글로벌
하이트진로음료는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다.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등이 소유한 오너일가 기업이다.
문제는 서영이앤티의 재무상태는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차입금의존도는 43.2%로 높다. 현금성자산은 8억원에 불과하고 순차입금은 989억원에 달한다. OCF(현금흐름)도 수십억원 규모에 불과해 시장에서 거론되는 300억원가량을 조달하기는 벅찬 것으로 평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서영이앤티의 재무구조상 출자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리해 활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하이트진로의 자체 자금이나 현재 컨소시엄 내 자금으로 부족할 경우 외부 FI(재무적투자자)를 추가로 확보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하이트진로 내부적으로 향후 서영이앤티를 활용하는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서영이앤티가 별도로 자금을 조달해 해당 딜에 참여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잇단 위스키 사업 실패...이번에는?
20여년간 실패를 거듭해왔던 위스키 사업 또한 윈저 인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1994년 하이스코트를 설립해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딤플'을 앞세워 진로발렌타인스(페르노리카가 인수), 디아지오코리아에 이어 시장 '빅3'를 형성했다. 그러나 2002년 디아지오에 딤플 영업권을 넘기고 출시한 위스키 브랜드 '랜슬럿'이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06년 내놓은 위스키 브랜드 '킹덤'도 스카치블루(롯데칠성), 골든블루에 밀려 시장 점유율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2014년 젊은층 공략을 위해 출시된 '더 클래스'도 현재 회사 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위스키 브랜드이지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게 되면 다섯번째 위스키 사업이 된다. 앞서 위스키 사업이 흥행하지 못하면서 이번 하이트진로의 윈저 사업에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하이트진로는 모기업인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지급하는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라 또다시 위스키 사업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모기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가 윈저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과거의 실패 사례에도 불구, 제품군은 다르지만 하이트진로가 소주·맥주 시장의 강자로 국내 1위 주류 사업자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은 특정 제품군의 실패 사례로 운영 역량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각측이 원하는 가격대 혹은 그 이상을 매수자 측에서 제시한다면, 매도자·매수자 양측 입장에서 과거의 실패사례는 그렇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요한 부분은 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이트진로가 실제 인수를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혹은 인수하려는 의지가 진짜 높은가 하는 '진정 매수자인지'를 판단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스키 시장 성장세...강력한 영업망과 '시너지'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게 되면 급성장하고 있는 위스키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1만6900톤(t)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흥업소들의 부흥기와 맞물려 로컬위스키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코로나19 당시 로컬위스키는 주춤했지만 가정시장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 등 고급 주류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위스키를 경험한 젊은 소비자가 늘면서 주점 등에서의 위스키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고가의 싱글몰트 위스키 대비 저렴한 로컬위스키에 대한 선호도가 장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주·맥주 등 주류 시장 영업력을 갖춘 하이트진로의 경우 로컬위스키 사업에 뛰어들기 좋은 조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에도 더클래스 등 위스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다 대개 소주·맥주를 취급하는 영업소에서 위스키도 함께 취급하고 있어 영업반경도 겹친다.
내년 10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종합주류기업으로 정체성을 굳건히 하겠다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의지도 녹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내부에서 윈저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게 된다면 탄탄한 유흥시장 영업망 등을 활용하면 소주, 맥주와 함께 단숨에 시장 장악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8일 공시를 통해 "윈저글로벌 인수 관련해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