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내년부터 이른바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주가조작하다 걸린 사범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양형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제화하면서 '솜방망이' 처벌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1월6일까지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2024년 1월19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이용·부정거래·시세교란) 사범에게 행정제재(과징금)가 가능해졌다. 행정제재는 형사처벌보다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징금 부과는 자본시장법 제380조에 제3항을 신설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검찰총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 받은 뒤 과징금을 부과기로 했다.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 받기 전에도 금융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위가 검찰총장에게 혐의를 통보한 후 협의가 이뤄지거나, 1년이 지난 뒤에는 검찰의 수사·처분 통보 전에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1년이 지나더라도 기소중지 등 수사·처분 지연에 합리적 사유가 있거나 금융위가 먼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최종 수사·처분과 배치될 우려가 있다면 검찰의 요청 시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사의 기밀유지를 위한 경우나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 간 조화로운 운영을 위한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 전에 사법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으로 꼽혔던 '부당이득 산정방식'도 법리적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현행법상 부당이득 산정방식이 없어 형사처벌 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부당이득의 산정 기준을 위반 행위에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으로 규정했다. 이에 하위법령 개정안에는 총수입·총비용 등을 정의하고, 위반행위 유형별로 구체적인 부당이득의 산정 방식을 명시했다.
총수입은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 회피 손실 등을 포함했다. 총비용은 수수료와 거래세 등 매매 과정에서 제반 비용으로 정의했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위반행위의 유형별로도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정했다.
특히 외부적 요인(제3자 개입·시장 요인 등)과 불법 요인이 결합한 경우에도 부당이득을 산정할 근거도 마련됐다. 예를 들어 그간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분이 주가조작으로 상승분을 상쇄하면 부당이득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에는 외부요인이 결합되면 시세 변동분 반영 비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적 호조 등 외부 요인이 발생하기 전까지 시점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산정한다. 외부 요인에 따른 주가 상승이 주가조작으로 시세 변동에 준한다고 인정되면 외부 요인이 발생한 이후 시세 변동분은 50%만 반영한다.
과징금 감면 방안도 생겼다. 주가조작을 가담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받는다. 다른 불공정거래 행위를 자진 신고해도 과징금 감면 대상이 된다.
과징금 감면 비율은 신고자에 따라 50~100% 적용한다. 증거 제공과 협조 여부에 따라 판단하도록 명시됐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불공정거래 행위 참여를 강요하거나, 반복해서 불법을 저지른 경우는 감면을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를 효율적으로 적발하고 엄정 제재하기 위해 법무부, 검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불공정거래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방안"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